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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Mom Box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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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May 28. 2024

잘 크고 있다는 증거

거짓말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엄마가 엄마로서 마주한 첫 번째 당황 모먼트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어. 그건 너희들의 거짓말을 마주했을 때라는 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맞아, 오늘은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우리 집에서 일어났던 첫 번째 거짓말 대환장 사건은 기쁨이의 비타민 사건이었을 거야. 으... 그때 생각하면 땅 속으로 숨고 싶기만 하다... 

엄만 엄마들의 '카더라' 통신을 통해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빨아먹는 비타민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세 남매를 위해 넉넉히 구매를 했단다. 그리고 성실하게 식사 후에 빨아먹게 했어. 처음에는 네가 생각하던 딸기, 포도맛이 아니었는지'우웩' 몇 번을 했지만 잘 받아먹더라. 그래서 엄만 그 비타민이 너희의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 주며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엄마는 대청소를 했어. 붙박이 책장을 비우며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는데 다락에서 쥐똥 굴러가듯 또르르 손톱만 한 분홍, 노란색의 토끼, 곰돌이들이 엄마가 빼내는 책들 사이에서 낙하하는 게 아니겠니? 엄마는 우웩 소리가 엄청 컸던 둘째 기쁨이가 토끼와 곰돌이 비타민들이 불쌍해서 고이고이 책장 속에 숨겨주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기쁨이를 목청 높여 불렀지. 엄마는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주려고 했어. 정말이야. 소리도 안 지르고 맴매도 안 하려고 했지. 아마도... 정말 아마도 엄마는 그날 처음부터 소리 지르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깜찍한 동물들을 끔찍하게 사랑한 우리 둘째 기쁨이는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어. 너무도 강력하게! 그날 너는 그렇게 엄마의 발작 버튼을 눌러버렸고 엄마는... 이하 생략.


그래, 오늘은 반성문이야. 너무도 후회가 된다. 삼 남매 중에 유난히 까칠하고 밥도 잘 안 먹고, 잘 울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던 기쁨이를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줄 만큼 엄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보다. 엄마는 수사관 모드로 집요하게 묻고 끝까지 너를 추궁했던 것 같아. 다섯 살 밖에 안된 아가를... 그깟 빨아먹는 비타민 때문에... 그날 기쁨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도 엄마는 씩씩거리며 '거짓말은 안돼!'를 외쳤단다. 자기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


엄마의 그 미숙한 대처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를 전설 같은 명언들 있잖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거짓말은 초장에 잡아야 한다.' 그런 것들이 초짜맘의 마음에 스며들어 거짓말하는 아가를 보며 '비상! 비상!' 사이렌 소리를 들은 거지. 바르고 착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서 너희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엄마를 지금이라도 용서해 줄래? 


아이들의 거짓말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는구나. 물론 빈도가 심하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을 반복한다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우리 기쁨이가 한 그런 거짓말은 엄마로서 이해해 줄 만한 거짓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먹기 싫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너희는 엄마처럼 실수하지 않길 바라. 소망이와 기쁨이를 통해 잘 트레이닝된 엄마는 셋째 평안이를 키울 때는 꽤 괜찮은 엄마 노릇을 하더라. 막내가 엄마를 놀라게 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했잖니. The Forgiven (brunch.co.kr) 그런 의미에서 너희들이 엄마를 사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음~~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아이의 거짓말을 감상하렴. 그리고 연기 점수를 평가하는 거야. 속으로. 그 아이가 배우 기질이 있는 아이인지, 아닌지.^^ 감상한 후에 아이를 평가하는 말-'거짓말 잘해서 정말 큰 일이야. 거짓말쟁이야, 넌 왜 이렇게 거짓말을 잘하니?'-은 절대 하지 말길. 엄마처럼 취조하지 말고 찬찬히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질문을 하자. 그러면 용서 못할 거짓말은 없을 거야.




며칠 전에 소망(큰딸)에게 기쁨이의 비타민 사건에 대해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그러더라. 자기는 증거를 인멸했다고. 변기에 버렸다나...ㅎㅎㅎ 그렇게도 먹기 싫은 걸 엄마가 몸에 좋다며 억지로 먹으라 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었던 착하디 착한 딸들을 못살게 굴었다. 증말... 쏴리~~




사진 출처

https://www.merakila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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