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Mom Box 1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tainsight Jun 04. 2024

 네 탓이 아니야

엄마의 죄책감에 대하여

우주 최강 극한 직업 1위는 뭐~~ 게? 뭐라고? 정신적인 극한 직업과 육체적 극한 직업으로 나눠야 한다고? 리그 통합해서 우주 최강이야! 뭐게? 진심이야? 다시 생각해 봐.


직업은 스트레스의 한계란 오직 하늘이라는 듯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지만 어느새 스트레스는 온 데 간 데 없이 기쁨이 하늘을 찌르는 순간이 오는 그런 요상한 직업이지. 그러니 천국과 지옥, 냉탕과 온탕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도 견딜 있는 튼튼한 멘털과 체력을 요한단다. 일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력이 나고 여유도 생길 법 한데 이 일은 죽을 때까지 처음 겪는 일 투성이야. 여기까지 읽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더 기가 막힌 건 이 일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거야.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한다고 해서 A 맞았는데 그게 평균인 어이없는 상황인 거지. 뭘까?


눈치챘구나. 직업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정답은, 그래 맞아... '엄마'야. 엄마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부담을 안고 사는지 말하려고 처음부터 장광설을 늘어놓았네.


엄마의 스트레스는 왜 하늘을 찌를까? 엄마가 밥 먹이고 빨래해 주고 청소해 주는 이모님의 역할만 하는 거라면 좀 피곤은 하겠지만 스트레스받을 일은 아닐 거야. 엄마의 스트레스는 사랑하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지.


내 몸을 통해 생명이 나왔어! 이 신비한 일을 '엄마'는 온몸으로 겪으며 뼈마디 하나하나가 벌어졌다가 다시 붙는 것 같은 체험을 한단다. 엄마는 너희가 엄마 몸과 분리되어 세상으로 나올 때의 그 '휘리릭'한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몸에 새겨진 이 체험 때문에 아빠들보다 엄마들이 자식과 자기 자신을 더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엄마들은 자식의 인생이 마치 자기 인생인 것처럼 그들의 인생 곡선을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


오늘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엄마의 죄책감이야. 자식의 인생이 계획한 대로 잘 풀리면 엄마도 행복하겠지만 어디 인생이 계획한 대로 되디? 아이들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맹수를 만나 찢기기도 하고 늪에 닿아 빠져나오느라 애쓰기도 할 텐데 그걸 보는 엄마의 마음은 찢어진단다. 그리고 건강하지 않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내 잘못이야... 내 탓이야...'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진단다. 한 생명체가 나로부터 시작됐고 나는 어찌하든 그 생명체가 '사람'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그러니 '엄마 노릇'에 대한 사명감에 불타오르는데,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때마다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한없이 무너지고 그랬단다.


소망이, 너의 난독증은 네 어린 시절도 힘들게 했지만, 엄마도 참 많이 힘들었단다. 네가 남들만큼 공부를 잘 따라오지 못해서 힘들었던 게 아니라 엄마가 했던 선택들이 너무 후회가 되었기 때문이야. 소아정신과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가지고 있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면서 엄마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날 이모할머니께 너를 맡기지 않았더라면 네가 그 높은 침대에서 꼬꾸라지지 않았을 테고 이마에 그렇게 큰 혹이 나지 않았겠지. 엄마는 그날 네 전두엽에 큰 상처가 난 것만 같단 말이지. 읽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르쳐보겠다고 붙들고 앉아 너를 힘들게 닦달했던 것도 후회가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네 인생을 엄마가 망친 것이 아닌가...' 하는 그 질문이 늘 엄마를 괴롭혔다.


그런데 엄마가 가졌던 죄책감의 원인은 엄마의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란 걸 알게 되었어. 엄마는 엄마가 너를 만들었다고 여겼고 네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고 그대로 잘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건 엄마가 절대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인데 말이야. 엄마가 하나님이 되려고 했던 거지. 그 계획이 틀어지면서 누군가를 탓해야 했고 그 대상이 엄마 자신이 되었던 거야. 엄마는 한없는 자책의 늪에 빠졌단다...


엄마는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들이 자기 앞가림을 하는 '사람'이 될 때까지 잠시 맡아서 돌보는 역할을 하면 되는 거라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지. 엄마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설 때마다 엉망진창이 되는 걸 보면서 엄마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연습을 하게 됐단다. 그리고 그건 엄마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여전히 아파. 안타깝고.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책하지 않으려고 해. 네가 너의 그 연약함으로 인해 얼마나 깊은 사람이 되었는지 보고 있기 때문이야.


앞으로 엄마가 될 우리 딸들... 네 아이들에게도 네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단다. 그런데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죄책감은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돼. 물론 'Why me?'라는 탄식이 나올 수 있다. 그게 당연한 반응이지. 하지만 너를 만드신 분이 너를 사랑하신다는 믿음만 있다면 죄책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단다. 꼭 기억하자. 아이의 인생을 네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 그러니 그 짐은 네 영혼의 아버지께 맡기고 너는 뜨겁게 사랑만 해 주렴. 사랑해!



사진 출처

e44a1c3a127925e071624bf5241380b8.jpg (480×639) (pinimg.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