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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비밀, 나무의 비밀

인천대공원 목재문화체험장 목연리(木連理)

by 펭소아

● 장소 인천 남동구 무네미로 238

● 준공 2017년 3월

● 설계 한은주·(주)소프트아키텍처랩

● 수상 2017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엄덕문건축상

2017 세계건축(WA)상

2017 미국건축상(AAP) Honerable Mention

2017 레드닷(Reddot)상 디지인 컨셉트

2017 대한건축학회 대한민국 스마트건축도시대상

2017 대한민건축학회장상 수상

2018 제3회 한국문화공간상 뮤지엄부문

2019 SDAK기획전 초대작가상




사진2 줄인 거_메인 후보하늘에서 내려다 본 그랜드피아노를 연상시키는 목연리. 큰 삼각형과 작은 삼각형 2개가 맞물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필로티 위의 길죽한 모서리쪽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3개의 삼각형 구조도 찾을 수 있다.  Softarchitecturelab 제공.jpg 인천목재문화체험장 목연리를 상공에서 내려다본 모습. 그랜드피아노를 연상시키는 목연리. 여러 겹의 삼각형이 맞물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Softarchitecturelab 제공


건축자재 중에 가장 익숙한 게 뭘까. 나무, 돌, 쇠, 유리다. 만일 나무와 관련한 건축물을 짓는다면 건축자재로 뭘 쓸까. 당연히 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 국내 목재 박물관 내지 목재체험장은 대부분 통나무로 지어졌다. 2017년 3월 인천대공원에 세워진 목재문화체험장 ‘목연리(木連理·뿌리가 다른 나무들이 맞닿아 조화를 이룬다는 뜻)’는 이런 통념을 깬다.


인천대공원 정문으로 들어와 왼쪽에 위치한 수목원 초입에 위치한 지상 2층 건물인 목연리의 기초는 잿빛 콘크리트다. 그래서 낯설다. ‘도심에 지어진 건축물도 아닌데 왜’라는 의문이 자연스럽다. 외벽의 일부를 적삼목 패널로 감쌌지만 역시 목재 특유의 색깔을 감추고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게다가 멀리서 보면 그랜드 피아노를 닮았지만 원목 하면 연상되는 곡선보다는 날카로운 삼각형이 여럿 발견된다.


고공에서 내려다보면 본관이 큰 삼각, 그 옆에 수목원 출입구 역할을 해주는 건물이 작은 삼각 구도를 이룬다. 또 본관 건물 1, 2층을 연결하는 외부 계단의 필로티(상층을 지탱해주는 독립 기둥) 제일 뒤쪽 모서리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3중의 삼각형이 발견된다. 하늘로 치솟은 한옥 처마를 연상시키는 지붕 모서리의 삼각형과 본관을 장식하는 목재 열주 배치를 위해 비죽 튀어나온 삼각형 그리고 수목원 출입구 옥상 부위가 빚어내는 삼각형이다.


목재체험장을 왜 모난 삼각형을 모티프로 삼은 콘크리트 건물로 지었을까. 그 이유는 목연리 내부로 들어가서 건축물 자체를 깊이 체험할 때 탄성과 함께 찾아온다.



삼각형이 겹겹이 포개진 ‘앰비언스 월’



사진3_수목원의 출입구와 목연리 본관 2층에 길게 도열한 열주 형태의 목재 스크린. 가까이서 보면 붉은빛 도는 ∧형태의 목재가 8단 또는 9단으로 겹겹이 포개져 있다.  Softarchitecturelab 제공.jpg 수목원의 출입구와 목연리 본관 2층에 길게 도열한 열주 형태의 목재 스크린. Softarchitecturelab 제공



먼저 목연리의 시그니처(signature)라 할 수 있는 ‘목재 스크린’을 들여다보자. 목재 스크린은 수목관 출입구와 본관 2층에 길게 도열한 나무 열주와 같은 구조물을 말한다. 멀리서 보면 열주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붉은빛이 도는 ∧형태의 목재가 8단 또는 9단으로 겹겹이 포개진 구조다. 이를 설계한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소장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문살(문짝에 창호지를 바를 때 뼈대가 되는 나뭇조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앞을 천천히 걷다 보면 신전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회랑 구조의 신성함이 느껴진다. 기자는 특히 일본 최고(最古)의 목조 사찰인 호류지(法隆寺) 금당을 둘러싼 회랑의 목조 창살이 안겨주는 느낌을 받았다. 멀리서 보면 벽면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바깥 풍광을 회랑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 목조 창살처럼 목재 스크린 역시 주변 수목원과 목연리를 분리하면서도 아름드리나무 가득한 수목원의 풍광을 목연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놀랍게도 이 목조 스크린은 움직이기까지 한다. 붉은 빛깔이 도는 동남아산 멀바우(‘태평양 철목·鐵木’으로 불릴 만큼 단단한 나무) 목재를 하나하나 깎아서 만든 목조 스크린 뒤에 숨겨진 쇠창살이 뒤에서 살짝 회전운동을 한다. 그러면 스프링으로 연결된 ∧형태가 좁혀졌다 넓어졌다 하면서 마치 나비의 날갯짓 같은 역동적 이미지를 빚어낸다.



사진4_근접 촬영한 목재스크린. 나비의 날개 같기도 하고 기도하기 위해 모은 손 같기도 하다.  ⓒ포스트픽.jpg 사진4_근접 촬영한 목재스크린. 나비의 날개 같기도 하고 기도하기 위해 모은 손 같기도 하다. ⓒ포스트픽


원래는 목조 스크린에 설치된 센서에 의해 외부의 날씨 변화나 내부 방문객의 인구밀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그래서 붙인 별칭이 ‘앰비언스 월(Ambience Wall)'이다. 건물 내외부의 분위기(Ambience) 변화에 맞춰 변신하는 벽(Wall)이란 의미다. 여기엔 햇빛이나 바람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창출하는 숲을 현대적 첨단기술로 구현해냈다는 함의도 담겼다. 건축 작품이 위치한 시·공간과 인간의 실시간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한 소장의 ’상황 건축 철학'의 산물이다.


하지만 현재는 안전상의 이유와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특별한 방문객이 있을 경우에 한해 시범적으로만 작동한다. 아쉬움이 크다. 이 건물의 진가를 발견할 기회가 일반 방문객에겐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에 대한 숨은 그림 찾기



사진5_목연리 내부 1층에서 바라본 2층 천장 또다른 삼각형을 만날 수 있다. ⓒ포스트픽.jpg 목연리 내부 1층에서 바라본 2층 천장. 또다른 삼각형을 만날 수 있다. ⓒ포스트픽



필자는 목조 스크린의 날갯짓을 보고 난 뒤 비로소 목연리의 주요 모티프로 삼각형의 비밀을 풀어낸 기분이 들었다. 목조 스크린의 기본을 구성하는 ∧형태의 목재 하나하나가 바로 삼각형 아니었던가. 어떤 이는 이를 보고 기도하는 두 팔을 연상하고, 어떤 이는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목판을 2장씩 짝지어 놓은 걸 연상한다. 그래서 종교적 경건함까지 느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무의 가장 기초적 형상으로서 삼각형이다(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해보라!).


한 소장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답했다. 짓궂은 답은 속으로만 삼켰다. 1993년 프리츠커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槇文彦)가 일찍이 “건축에서의 창조는 발명이 아니고 발견”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2002년 수상자인 호주 건축가 글렌 머컷(Glenn Murcutt) 역시 “우리의 역할은 발견자이지 창조자가 아니다”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삼각형의 비밀을 풀고 나니 목연리에 대한 의문(하필이면 왜 콘크리트로 지었을까)도 저절로 풀렸다. “이미 나무와 숲으로 가득 찬 공간에 다시 목재 건물을 짓는 단조로운 동어반복을 피하면서 목재의 특성을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형상화하려 했습니다.”



예비-붉은 빛 목재스크린의 신성함과 편백나무 향을 만끽할 수 있는 실내 최대 명당 사진Softarchitecturelab 제공.jpg 예비-붉은 빛 목재스크린의 신성함과 편백나무 향을 만끽할 수 있는 실내 최대 명당. Softarchitecturelab 제공



이런 구상을 이해하고 나면 목연리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로 다가선다. 목재의 특징이 건물 곳곳에 하나씩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회색빛 콘크리트 외벽을 자세히 바라보면 목재의 결이 느껴진다. 콘크리트 표면에 송판을 하나하나 찍어서 목재의 결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건물 1층을 들어서면 1,2층에 걸쳐있는 통유리를 통해 건물 주변을 울창하게 둘러싼 나무가 있는 풍경이 고스란히 실내로 투영된다.


실내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촛불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편백나무를 통해 나무향을 만끽할 수 있다. 어린이용 목조 공방이 있는 2층 뒤쪽 삼각형의 날개 부분은 천정이 개방된 ‘야외놀이터’의 바닥은 ‘쇠나무’라는 별명을 지닌 이페 원목이 깔려 있어 맨발로 그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목연리에는 나무의 결과 형과 향, 감촉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현재 목연리는 1층은 초등학생~성인, 2층은 7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목공 체험실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목원을 찾는 방문객들은 이 공간을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이 건물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한번 음미해보기를 권한다. 특히 목조 스크린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 또는 숲이 안겨주는 신성함을 새롭게 체험해보길 바란다. 아이들과 함께 찾았다면 수목원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이곳에서 꼭 나무의 특징을 하나씩 찾아내는 ‘보물찾기’ 게임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사진8_천장이 역시 삼각형 모양으로 개방된 2층 휴게 공간. 목재스크린 사이로 이페 원목데크를 깔아 맨발로 나무의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포스트픽.jpg 천장이 역시 삼각형 모양으로 개방된 2층 휴게 공간. 목재스크린 사이로 이페 원목데크를 깔아 맨발로 나무의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포스트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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