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는 자랐다

이야기를 마치며

by 은혜은

1월 어느 추웠던 날.

동파할 수 있으니 베란다 물 사용을 금한다는 관리사무소 방송을 듣다가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집, 학원, 도서관. 휴대폰.

방학이지만 추위 탓에 활동반경이 더 좁아진 채 쳇바퀴 도는 아이들이 보니 뭔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을 즐기는 것처럼 겨울의 매서운 맛도 제대로 봐야 하는데...


고민하다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겨울을 불렀습니다.

'엄마에게 겨울은 이런데, 너희는 어떠니?'

'너희에게 겨울은 뭐야?'

'엄마와 형태는 다르지만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줄 기억들을 쌓아보는 건 어떠니?'

권하는 말대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겨울, 우리는 자란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이 났습니다.

기억들을 퍼올리려 마음밭을 삽으로 푹푹 헤집습니다.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기억들을 글로 한편씩 다듬을 때마다 마음에 새로 밭고랑이 만들어집니다.

꾹꾹 눌러만 놨던 땅이 뒤섞이며 바람이 드나듭니다.

신선한 공기가 땅을 채웁니다. 들썩들썩 고랑이 크게 숨을 쉽니다.

봄이면 농부가 씨 뿌리기 전에 밭을 갈아엎듯이 마음밭이 건강하게 살아납니다.

어떤 작물도 잘 키워낼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릅니다.

이런 효과를 기대했던 건 아닌데, 예상 못한 보너스라 더 반갑습니다.


내겐 보너스를, 아이들에겐 미지수의 형태로 마음에 담겼을 이 겨울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봄이 코 앞까지 성큼 다가왔으니, 새로 만든 밭고랑엔 파릇한 싹들을 키워보려 합니다.


찾아와 겨울이야기를 함께 해주신 분들께 허리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읽어주신 분들의 마음밭도 새로 고랑을 내고 크게 숨 쉴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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