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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Mar 11. 2022

상생하는 세상-거래처 이야기

4월 9일

문구점을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곳. 바로 거래처이다.

거래처를 잘 만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어떤 거래처를 만나는지에 따라 인기 많은 물건들을 바로 공급받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게 되면 손님에게도 저렴하게 팔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문구점의 주 거래처는 모닝글로리 영업소이다.

수원에 있는 영업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마다 물건을 공급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로 매출이 부진해지면서 오랜 세월 함께 해왔던 수원영업소가 문을 닫았고, 이제는 안산 쪽에서 물건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앞에 있는 위치적 특성상 일반 거래처에서 오는 물건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거래처들은 서울 남대문, 동대문, 영등포에 포진하고 있는 문구 도매상들이다.


거래처에서는 신제품들을 사진과 함께 매일 톡으로 보내온다.

그러면 그중 아이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은 제품을 선택해서 주문을 하면 택배로 바로 배송을 해준다.

요즘은 배송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어 오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후에 바로 문구점에 도착한다.


이렇게 매일 몇 군데 거래처에서 신제품 사진을 보내온다.


영등포에 있는 거래처는 거래한 지 15년이 넘었다. 옛날 에덴 문구 시절부터 거래해 오던 곳이다.

그곳 사모님 일처리가 얼마나 빠르고 스마트하신 지 그동안 너무 편하게 물건을 들여왔었다.

보통 오후 3~4시쯤 필요한 주문서를 팩스로 보내면, 그곳에서 박스에 포장을 해서 오후 6시 정도면 배송업체가 와서 물건들을 싣고 간다.


그런데, 주문하고 나면 꼭 몇 가지 물건들을 빠트려서 배송업체 도착하기 바로 전까지 추가 물품들을 주문할 때가 있다. 이미 차곡차곡 챙겨놓은 상자를 다시 오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래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어떻게든 물건들을 다 챙겨서 보내주신다.


게다가, 그 거래처에 없는 품목은 이웃 도매상들을 돌며 물건을 구해서 보내주기까지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래서 가능하면 웬만한 물건은 그쪽으로 거래를 하게 된다.


지금은 그 도매거래처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바뀐 사장님 역시 그곳에서 오랜 세월 일하시던 분이라 예전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아 잘해주고 계신다.



한편 다른 쪽 거래처는 도매가도 살짝 비싸고, 본인들한테 있는 물건만 보내주고, 또 받은 물건들을 보면, 꼭 주문한 대로 오는 게 아니라, 마음에 안 드는 물건들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다.


일명 끼워 넣기를 하는 것이다. 주문 한 물건이 없으면 다른 비슷한 물건으로 보내주는데, 재고가 많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넣어주기 때문에 이 제품들은 도매상에 많이 쌓여 있는 물건일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잘 안 나가는, 인기 없는 제품을 보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쪽으로 주문을 하려면 거래처마다 전화하거나 팩스를 보내서 한 거래처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해야만 한다.

그러니, 어느 쪽 거래처로 주문을 많이 하게 되겠는가!


서울과 직접 주문을 하면 신제품을 빨리 받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배송비가 든다.

그런데, 얼마 전 용인 쪽에 거래처가 한 군데 생겼다.

이곳은 직접 배달까지 해 주고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게 들어와서 너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살짝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이 거래처 사장님들이 안 계시면 문구점을 운영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거래처 사장님들께는 항상 감사하다.

용인 쪽 사장님은 항상 물건 전해주시면서 "아유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신다.

그럼 나는 "제가 더 감사하죠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인사를 드린다.

직접 배달해 주고, 물건도 저렴하게 공급해 주는데 왜 감사하지 않겠는가!


우리 문구점에 양말을 위탁으로 판매하는 분이 계신다.

위탁판매는 물건을 먼저 구입하지 않고, 팔리는 물건만큼 나중에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라, 자금에 대한 부담이 없어 자영업자들에게는 더욱 감사한 판매 방식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분께서 자재값이 올라 계속하기 힘들다고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셨다.

팔린 양말은 결재해 드리고 남은 양말을 회수해 가신 다기에 그냥 남은 양말을 다 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거래처들도 없어지는 곳들이 늘어난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두 잘 버텨내 제발 살아남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로 조화롭게 상생하는 훈훈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초유의 코로나 사태도 잘 이겨 냈으면 좋겠다.

버티는 자가 성공한다는 말이 요즘처럼 피부에 와닿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블로그 댓글 중>


정말 점포를 운영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감성토끼님의 글을 통해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제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또 배워가네요ㅎㅎ 

인테리어, 건설, 정유.. 등등만 원가가 올라서 힘든 줄 알았는데.. 문구점에서도 그 여파가 있나 보네요.

정말 좋은 거래처들이 있어서 제가 다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서로서로 좋은 거래처인거죠..

새로운 세상을 감토님글을 통해 알게되네요.

저희동네 제법 큰 도매상문구점이 있는데 그분은 큰 매장임에도 이건 어디있나요.저건 어디있나요 물어보면 몇번 몇번에 있다고 바로 대답이 나오시더라구요,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렇게 잘되던곳도 요즘 가면 한가한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이 그만큼 줄어서일수도 있겠죠.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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