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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Mar 08. 2022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3월 26일


물건을 사러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마냥 해맑기만 하다.

그런데, 엄마의 태도에 따라 무거운 분위기가 되기도 한다.


문구점 주인 입장에서 제일 좋은 엄마는 "자, 오늘은 마음대로 골라. 사고 싶은 거 다 사는 날이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엄마이지 않을까?

이런 엄마가 있냐고? 하하 정말로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아이 둘을 데리고 와서 그야말로 즐거운 쇼핑을 하는 분이 계신다.

그날은 아이들에게 "이건 안돼, 필요 없는 건데 뭐 하러 사?" 이런 잔소리 없이 아이들이 고르는 걸 조용히 다 계산해 주신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막 고가의 물건들만 고를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은 자기가 평소 갖고 싶었던 카드며, 조립장난감, 그 밖에 마음에 드는 자잘한 것들을 고른다.

사실, 문구점에 고가의 장난감이나 고가의 물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요즘 근처 스ㅌ**에 한 번 다녀오면 몇만 원 깨지는 건 우습지만, 의외로 문구점에서는 푸짐하게 고르고 골라도 2~3만 원이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도 신나고, 엄마도 만족스럽고 문구점 안에 따스한 해피바이러스, 웃음 바이러스가 넘친다.




이와는 반대로 아이가 고르는 물건마다 딴죽을 거는 엄마도 있다.

물건 하나를 고를 때마다 "이거 꼭 필요해? 이거 어떻게 쓰는 건지 아니? 알지도 못하는 걸 왜 사?"

그러면 아이는 엄마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결국 엄마 맘에 들만한 물건으로 집어 든다.


아이가 원했던 그 물건이 결코 비싼 것도 아니다.

그 몇천 원 때문에 아이를 쥐 잡듯 잡고, 언성을 높이고, 인상을 쓰고 가게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히고야 마는 그런 엄마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아이가 너무나 짠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엄마들의 성향은 아이가 혼자 왔을 때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물건을 사러 와서 "이거 사면 엄마가 좋아하겠지? 이거 사면 엄마한테 혼나겠지?" 이러면서 한참을 왔다 갔다 한다.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한테 안 혼날 만한 물건을 고르는 것이다.


엄마한테 받은 용돈을 자신이 좋아하는,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면 좋을 텐데 맘이 아프다.


요즘 오은영 선생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볼 때가 있다. 키워야 할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걸 깨닫게 된다.


그 물건이 필요한지 아닌지, 어떻게 쓰는 건지는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볼 일이 아닐까?

엄마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아이에게는 너무나 갖고 싶은 물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한 번도 안 써본 물건을 어떻게 쓰는 건지 그걸 어찌 알 수 있을까?



초등학생까지는 어린이가 맞다.

가끔 "네가 애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 엄마가 계신다.

그럼 그 아이가 애지, 어른이란 말인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야 할 순간, 가장 때 묻지 않고 순수해야 할 순간, 아무 계산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어린이 시절이 아닐까?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인생에서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만 같아 너무나 서글프다.

어린이는 점점 사라져 가고, 애어른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어간다.



<블로그 댓글 중>


-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 물건을 사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속상하네요 ㅠㅠ... 아이들과 물건 사러 갈 때 제가 어땠는지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 문구점에서 푸짐하게 고르고 고르는 아이와 엄마 :) 정말 웃음 가득한 장면이 상상이 됩니다!

집집마다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엄격해야 할 때와 부드럽게 넘길 수 있을 때를 잘 구분해서 아이가 돌아 볼 수 있는 즐거운 순간이 많이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지나서 어떤 물건을 보면 추억에 젖어 들 수 있게요

상상하면서 읽게되는 토끼님의 글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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