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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Mar 06. 2022

멋진 선생님들

3월 19일

지금까지 한 장소에서 쭉 문구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에덴 문구>는 원하는 분에게 팔고 나올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장소를 몇 군데 옮겨 가며 오픈을 했었다.


상권 파악을 제대로 못해 매출이 안 나와 접은 적이 있었고, 또 반대로 장사가 너무 잘 되자 상가 주인과의 마찰로 옮긴 경우도 있었다.

지역은 달랐지만, 아파트 단지 내 상가만 제외하고는 모두 초등학교 앞에 자리를 잡았었다. 


그러다 보니, 멋진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인상에 남는 선생님들을 소개해 본다.


처음에 문구점을 찾아와 주신 선생님은 머리가 길고 예쁜 20대 여자 선생님이셨다.

아이들에게 근처 문구점 중 어디가 가장 좋으냐고 물어보았더니 우리 문구점을 지목해서 오셨다고 한다.


선생님이 쿠폰을 발행해 아이들이 약속을 지키면, 쿠폰을 지급할 테니 그 쿠폰을 가지고 오면 문구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연락을 주면, 와서 현금으로 바꿔 주시겠다는 거였다.


우리 가게에서 쿠폰을 사용하는 첫 문을 열어주신 분이었다.

이렇게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선생님이 계신 그 반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어느 날 아침에 한 아이가 물건을 훔치다 걸렸다.

많은 아이들 앞에서 야단치는 건 아닌 것 같아 한쪽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뜸해졌을 때 매뉴얼대로 A4용지 한 장을 내밀고 아이에게 적으라고 하고 학교로 돌려보냈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가게 문 도어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돌아 보니 젊은 남자분이 들어오시더니 "저 3학년 o 반 담임입니다" 하시는 거였다.


"저희 반 아이가 아침에 물건을 훔쳤다고 해서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지도를 잘 못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꾸벅 고개를 조아리셨다.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왜~~"


선생님이 이렇게 직접 찾아와 사과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침에 물건을 훔친 그 아이의 친구들이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었다.




키가 크고 안경을 쓰신 남자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은 아이들과 정말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선생님이 아니라 그냥 아는 오빠, 형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요즘 신세대 샘들은 아이들과 이렇게 지내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는 시간에 문구점에 가끔 들러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쏘기도 하니 어찌 인기가 없을 수 있겠는가?




가끔 조용히 와서 이것저것 문구용품을 고르기도 하고, 알림장을 한 번에 묶음으로 사거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지우개를 한꺼번에 구입해가시는 분이 계셨다.

어느 날 그분이 또 물건을 고르고 계셨는데, 문구점에 들렀던 어머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거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 선생님이셨구나.

선생님이 나가고 난 뒤 어머님이 "저 선생님, 정말 너무너무 애들한테 잘해 주시고 좋은 분이세요~" 하고 말씀하셨다.




멋진 선생님 하면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 영화 <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학창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보다 더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 있을까?

영화 <홀랜드 오퍼스>에 등장하는 '홀랜드' 선생님도, <프리덤 라이터스>의 실존인물 '에린' 선생님도 모두 훌륭하고 멋진 선생님들이다.


문구점을 찾아주시는 선생님들은 영화에 등장한 선생님들만큼이나 좋은 선생님들이신 것 같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넘치는 분이실 테니까 말이다.


가장 좋은 교사란 아이들과 함께 웃는 교사다.
가장 좋지 않은 교사란 아이들을 우습게 보는 교사다.
- 닐 -

<블로그 댓글 중>

너무 뭉클한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선생님은 하늘이 내리시는 분이라 믿어요.

- 좋은 선생님 이야기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그냥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신 분들을 만난다는건 큰 축복이에요.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있으니까요~~^^♥

- 문구점에서 만나는 선생님 중 귀인이 아니신 분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이예요! 아이의 도둑질을 사과하러 오신 선생님이 가장 인상깊게 남네요..

아이가 생기고 늘 기도하는 부분이 좋은 선생님 만나기 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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