믐이 먼저 반응하다
오늘 아침도 울렁거림으로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드문드문하던 아침산책을 하고나니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마눌에게 점심은 나가서 먹자고 하고 방에서 쉬었다.
하루에 한끼는 가능하면 밖에서 먹으려한다. 마눌도 주방에서 해방시킬 수 있고 나도 바깥 공기를 쐴수 있어서다.
손님이 오면 함께 집근처에서 청국장 혹은 국밥을 먹는다. 마눌과 둘이 먹을 때는 인근 골목시장까지 걸어가서 그날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다.
12시가 되어가니 주방이 소란스럽다.
점심 준비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은 식탁으로 가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속 울렁증이 진정되지 않는다. 30분이 지나니 마눌이 부르기 시작한다. 결국 1시가 되어서야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간단히 한 술만 뜰 요량이었는데,
먹다보니 먹어진다. 수저가 절로 움직인다. 먹는데도 울렁거림이 잦아든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정성의 힘이다.
마눌이 정성드려 차린 밥상에 내 몸이 먹어야한다며 반응한 것이다.
사랑의 힘에 새삼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