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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보다 정체성에 주목해야

트럼프 관세협상 타결을 지켜보며

by 생각의 힘 복실이

7월 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미국의 협상 승리를 선언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호혜적 관점에서 협상을 완료했다고 알렸다. 또한, 경쟁국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교역 조건에서 경쟁할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가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롭게 적용할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

이후 그는 두차례 관세 부과를 연기하며 8월 1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관세를 낯추기 원한다면 미국에 당근을 제시하라고 유혹했다. 선물보따리를 안기지 않으면 관세율을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은근한 협박도 함께 전달했다.

이름은 상호 관세였지만, 일방 관세였다. 하지만, 힘의 우열이 분명한 국제질서에서 대놓고 끝장을 보겠다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G2로 부상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규모의 차이는 있더라도 미국시장에 자국의 상품을 팔아야만 순환되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 탓이었다. 2차 대전후 달러패권하에서 서방은 경쟁적으로 수출산업을 육성하고 미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장 내수규모를 키울 수는 없었고 수출확대가 유일한 해법이었다.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려는 트럼프의 시도에 각국 지도자는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상황과 리더의 자질과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반응했다.

브릭스에 동참해 다극화를 도모하던 인도와 브라질은 협상을 보이콧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미국의 51번째 주 발언에 발끈한 캐나다 총리도 바로 보복관세를 천명하고 따로 협상 테이블을 꾸리지 않았다.

반면, 인접국으로 미국, 캐나다와 함께 FTA를 체결중인 멕시코 여성 대통령은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멕시코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당당한 협상원칙을 밝히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런 대응전략의 차이는 결국, 관세의 차이로 이어졌다.

멕시코는 90일간 관세유예가 결정되었고 캐나다는 35%, 브라질은 정치관련 특별관세를 더해 50%를 부과받았다.

인도 또한 개도국 처지로서는 비교적 높은 25%로 발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앵글로색슨이라는 동질성을 가진 영국과 10% 관세율로 협상을 조기 타결한 후 다른 서방 동맹국을 압박했다.

대미 투자규모에 비례한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우리나라와 일본, EU를 채근했다. 각국의 협상단은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 상무장관이 머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 대화하고자 했고, 결국 15%라는 동일한 관세율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영국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고, 15%라면 나쁘지 않은 성적,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일 두 나라의 대미투자 성적표를 분석해본다.

일본은 우리나라 대비 GDP가 2배 높지만 대미 흑자규모는 비슷하다고 한다.

이번에 일본은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우리나라는 3,500억 달러를 약속했다.

당초 미국은 GDP 차이보다는 흑자규모에 주목해 양국 동일하게 4,000억 달러를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마지막 협상장에서 희비가 갈린 것 같다.

협상 타결 발표이후 후문이 그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투자금 성격을 두고 미국에서는 펀드라고 하고 일본은 단순한 보증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협정문이 없다고도 하고 나중에라도 사인은 없다는 강경발언도 흘러나온다.
그러자, 미국 상무장관도 분기별로 투자실적을 평가해 관세율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기존 일본 스타일 답지않다.
국내 정치가 국제 외교의 발목을 잡는 것인가 싶다. 준비없이 협상 타결만을 서두른 탓이다. 내실을 기하기보다 트럼프 스타일에 맞춘다며 보여주기 쇼잉에만 몰두한 탓이다.

형식보다 내용을 살펴야한다. 스타일보다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에 눈멀어 쉽게 보이지않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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