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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이 위대했던 투병 15개월

이제는 인생상태표를 점검해야

by 생각의 힘 복실이

작년 5월 24일, 뇌종양 4등급을 확진받았으니, 오늘로 15개월이 지났다.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일상을 보낼 단조로운 환자생활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매일매일이 위대한 나날이다.

주치의는 수술후 조직검사를 통해 여명 15개월이라는 교모세포종 진단을 내렸고, 이 암종은 재발이 잦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15개월동안 살얼음판을 건너는 심경으로 마눌의 도움속에 살아왔다. 재발 징후로 발작이 있다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밋밋한 일상이 아니고, 나에게는 위대한 하루인 것이다.

환자로 지내면서도 두개 회사의 대표로 일을 한다. 업종이 달라 운영방식도 다르고 사업장 위치도 멀리 떨어져있어 나는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하고 주요 숫자만 챙기는 형편이다.

말이 좋아 권한위임이지, 실무 일을 맡은 직원들이 고생한다는 의미다.

요즘 업황도 좋지않아 월급도 제 날짜에 못 줄 정도로 자금부족에 시달린다.

그래서, 상반기 가결산을 통해 현재 사업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주 며칠 사무실에 다녀왔다.
집근처 책상만 달랑 두 개 놓여있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이다.

홈텍스에서 25년 1기 매출, 매입 세금계산서를 내려받아 엑셀 파일로 정리한다. 주거래은행 사이트에서 1월부터 6월까지의 통장내역을 다운로드해 입출금 건별로 그 내역을 정리한다.

한 때 엑셀의 신으로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건 옛날 얘기일 뿐, 지금은 컴퓨터 화면의 칸이 어른거려 마우스를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방식을 일러주고 마눌이 정리한다. 직장생활 초기 독학으로 공부했던 회계 원리를 바탕으로 복식부기의 개념을 설명하고 세금계산서와 통장내역이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로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시킨다.

회사의 재무제표는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약간의 적자가 있어도 하반기 만회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시간이 나면 15개월 과정의 투병성적표(손익계산서)와 지금 시점의 인생상태표(대차대조표)를 점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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