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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시간관리법

생각의 힘과 글쓰기의 재미

by 생각의 힘 복실이

환자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무료하다.
때로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한참을 잔듯 싶은데도 아침은 아직 멀고,
꽤나 걸었음직 한데도 20분밖에 안됐다 한다. 혈액검사차 한달에 한번 방문하는 병원 기다리는 시간도 하세월이다.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 때문인가보다. 봄이 되면 항암약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마음은 이미 봄에 도착해서
'이제나 저제나'하며
내 몸을 기다리고 있다.

시골에 홀로 계신 엄마를 생각한다.
겨울 농한기, 아침에 엄마는 집에서 밥한술 말아먹고 마을회관으로 간다. 회관에서 아지매, 할매들과 모여 아침드라마보며 얘기하다 함께 점심 해먹고, 낮잠자다 치매예방 화투치다 저녁까지 차려 먹은후 각자 집으로 간다했다.
집으로 가서는 자식들 안부전화 받고, 씻고 잔다고 했다.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
그래도 엄마는 "재미지다"고 했다.

생각을 바꿔야한다.
시골 엄마에게서 배워야한다. 무료하다고 생각할게 아니다. 재미지다고 표현해야한다.


그럼, 이 시간은 헛된 시간인가?
먹고 자고 걷고의 반복.
환자는 시간을 허송세월하는 것인가?
아니다.
환자의 시간은 재충전의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임금은 '노동의 댓가'라 한다.
여기에서 노동자 파업시에는 임금을 주지말자는 '무노동무임금' 논리가 파생했다.

하지만 임금에 대한 학계의 정설은 '노동력의 댓가'라는 것이다. 임금은 단순한 노동의 댓가가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력을 유지하는 댓가라는 의미다. 이는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 개념으로 연계된다. 노동자가 평소 노동력을 보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생활비가 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된 시간도
결국에는 건강의 회복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지금 당장 손에 돈이 쥐어지지 않아도 낙담하지 말자. 봄이 되면 이자에 이자가 붙어 목돈으로 건네질 것이다.

먹고 자고 걷고의 반복된 환자의 일상도
임금을 받을만한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야한다. 보호자는 물론, 환자 자신부터 스스로를 긍정해야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관찰자의 위치와 운동속도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고 한다.

인생을 돌아보면, 2,30대 당시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월요일인가 싶으면 주말이었고, 딸들 방학했다고 들었는데 돌아서면 개학한다고 했다.

4,50대에 들어서며 시간의 흐름이 바뀐듯하다. 삶의 여유가 시침의 흐름을 늦췄나보다.

일에 쫒겨 내가 시간을 제어하지 못하면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내가 주인이 되어 일과 시간을 관리하면, 그제서야 시간은 천천히 가는게 아닌가싶다.

작년 8월 효상형의 초대로 북촌 전시회에 갔었다. 환자의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이라도 쐬자는 배려였다. 잘 안보이는 눈으로 관람을 마치고 차한잔 하는데, 그날 형이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얘기했었다. 눈은 불편해도 다행히 귀는 멀쩡, 대화가 흥미로웠다. 관람을 함께한 재욱이가 시간의 상대성에 말을 보탰다.

뇌에 축적되는 경험이나 기억의 양이 많으면,
시간이 늦게 간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삶이 단순하면, 싱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환자의 일상은 단순한데,
나는 시간의 흐름을 더디게 느끼고있다.
단순한 일상에 생각과 글쓰기를 더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사는 것으로 해석한다.
뇌에 많은 기억이 쌓이고 있다.
이 기억은 훗날 삶의 추억이 되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치병의 시간,
재앙이 아니라 축복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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