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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020.02

by 온다









눈물은 쉬워졌지만,

진정이었다


그렇다면 추억으로 남겨두는 쪽이어야 할까

오점이라 원망하는 쪽이어야 할까

양자를 모두 택해야 한다면

나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나무랄 자격 없는 외다리 신세인데

간밤엔 누구한테 이야기랍시고 늘어놓다

한 다리 낀 채 여기까지 왔는지


어째서 나는 이토록 성숙하지 못할까


그날,

아주 혼자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어느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하라주쿠의 교차로를 건넜고

호주에서 즐겨 먹던 타코를

하필 일본에서 덜렁덜렁 싸 들고

호텔방에 들어섰을 때,



닫기는 문을 뒤로하고

바깥에서 모아 온 가쁜 숨을

침대 위로 스러지듯 토해냈을 때


어째서 나는 아무것도 결론 내리지 못한 걸까


중심 없이 어중간한 삶을 사는 나는

이승과 저승 간의 디아스포라일 뿐


호루라기를 손에 쥐고도 불지 못하고

공연히 짤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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