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
맞추어 가고 싶은데
그가 너무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되어
나는 작아졌고
그를 놓을지 않을지
정해지지 않는 생각들로
나와 그를 동시에 괴롭히며
더더욱 밀려나고 있을 때
그때서야 잠시 돌아 본 그가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왜 아직 여기 있어?
그저 물었을 뿐인데
발걸음을 멈추도록 끝없이 엉키던
잡념들이 사라졌다
늦어지더라도 나는
그와 함께 다시 걷기로 했다
먼 훗날 우린
시계탑 앞에 나란히 멈춰 서서
그 길을 다시 바라다 보았다
필름 카메라를 써요. 사라지는 것들과 생각이 머무는 자리들을 찍어요. 글/사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