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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2022.10

by 온다


소멸과 단절


어느 쪽이 죽음이란 현상에

걸맞은지 골몰해 본다


사람들은 스스로 뛰어내린다


파고 없는 수면으로

가늠 없는 지면으로

잴 수 없는 심연으로


몸을 던지며 무엇을 기대할까

그마저도 심상에 그칠 텐데


물결의 빗면에 베이는 살갗 촉감을

창밖으로 새는 빛에 관통당한 분신을

혹은 조각난 정신 같은 존재의 분열을

기꺼이, 기꺼이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소멸로 가야 한다

삶이 거창해지기 위해선

시나브로 사라짐을 감각하며

적응할 필요가 있다


영글은 세포의 자세한 기억

그 시멸을 지각해야 한다


그것은 장대한 낙하이다

삶을 대적하는 거대한 결심이다


소멸은 차차로 무르익고

단절은 단 번의 끝이다

소멸은 도탈에 이름이며

단절은 단 번의 끝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뛰쳐나간다


끊어진 연에 질책을 쏘아 나를 끊어낸다

절단된 인연으로 건몰되어

갉아 먹혀도 귀하게 먹힐 세월을 간과한다


값지게 사라지자

죽음을 계설해야 한다면 서서한 소망이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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