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생각의 장력이 크다
정의하길 회피하며 살아온 내가
언젠가 처음으로 정의한 '나'는 그렇다
생각의 장력이 큼
너울거리는 울음의 받침을 지우고 밀어내다
밤을 꼴딱 새고난 이튿날이면
누군가는 생의 서까래를 짊어지고 강을 건넜다
강렬한 순간들이라면
보자기에 꽁꽁 싸 놓아도 보았지만
필연이 된 그 밤은 계속 오고
때마침 사건은 일어나고야 만다
미워하는 데에 힘을 쏟고 살진 않지만
더러 고개가 처박힌 관계들이 빙글빙글 돌아다니다
원심력이 끊어진 바깥 반경으로
내동댕이쳐져 날아오고
결국 마주하게 되고 만다
회전을 멈추는 것도
함부로 감정에 취하는 것도
근심에 이입하는 것도 조심하게 되었다
이 불안은 나를 일하게 하지만
아름답게 연기하게 하는가에 관하여는
끊임없이 던져야 할 질문
그럼에도 사랑해야 한다는 원제는 존속하므로
'사람의 얼굴들'을 무엇보다 값지게 매기며
살아내야 한다는 것만큼은
나의 별에선 반중력을 이기는 유일한 장력이어야 한다
끝으로 이끌 것이 뻔한 답은 구할 필요가 없다
나로부터 많은 이를 건너가 내려지는 결론과 결정은
내 소관의 행성을 벗어난 굴절 경로를 통하여
아름다운 폭발을 일으키긴 하겠지만
나도 모르는,
내 이름으로 된 별의 육지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그건 아마 200년도 지난 사후에 알게 될 일이겠지
아주 잠깐의 반짝임으로 판명 나겠지
약간은 애통하다
영영 해결이 되지 않을 비루한 기분이 든다
결국 또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라는 사실에 귀결
하긴,
관계가 쉽다고 여겨진다면
그것도 문제겠거니와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아픔을 아픔으로 남겨둘 거였다면
예술을 선택하지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