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2년이든, 3년이든
중요하진 않지
영영 가 버린 이와의 마지막 대화 중
때 자국처럼 남은 말
타이어가 너덜너덜해진 자전거를 버려두고
골목 어귀를 비스듬히 돌아서던 그를 기억하자면
톱니에서 빠져 땅에 질질 끌리던 체인처럼
축 처져버린 눈꺼풀만 떠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어떤 빛에는 기어이 모습을 드러내는,
결계를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줄처럼
결국엔 드러나는 계획들이 있다
신중하고 치밀하게 때를 기다렸으리라,
그 거미줄의 주인은
그날이었던가
옆 침대의 룸메이트가 깰까 봐
돌돌 말아쥔 포단으로
소리도 채 갖추지 못한 눈물을 받아내며
타국의 밤을 꼬박 새우게 했던 그 노래를 알게 된 게.
지하 창고의 세탁기 소음을 뚫고
대낮의 뒷마당에 널어진 나를
흥건하게 적셨던 그 노래가
이 새벽의 라디오에서 진군한다
달그락 거리며 돌아가던 드럼통에서
엉키고 설킨 실마리 하나가 삐져나와
그날로
돌아가 버렸다
오랜동안을 들여 말리던 감정들은
소낙비에 도로 축축해진 옷가지마냥
쪼글쪼글해지고 얼룩진다
그렇지
진심이 강하면
충실했던 만큼 아물기가 더딘 것을.
아직도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