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나비

2023.07

by 온다



얕게 고인 사고로

총총 거리며

물의 겉면을 걷고 있다


꽤 오랫동안


물속 깊이 숨구멍을 처박고

무아지경이다가

헐떡이는 숨에 가까스로

뭍으로 회귀하는 모험을


구태여 꺼내보지 않은지 오래


이제는

머리꼭지가 단지 물면 아래 놓이는

투명한 수심마저 견디질 못해


고개를 쳐들고

물밖만 기웃거릴 뿐

해저의 이야기들은 묻어두었다


태풍의 돌무덤에 묻히더라도

모래를 들춰볼 생각은 않는다


자갈에서 갈려 나와

파도 아래 가라앉은 나의 알갱이들은

이미 세상에 나오지 못할 곳에 딱딱하게 묻혔다


몽돌이 구르는 나의 해변은

이미 검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0화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