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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대로

2018.06

by 온다



피고 지는 것들엔

순서가 있다


개나리는

노오랗게 봄을 알리고 물러갈 때

이파리가 돋는다


목련이 지는 바람에

마침내 벚꽃이 낙홍 한다


그런데

올해는 온갖 봄꽃이

개나리 진달래 매화 목련 벚꽃 모두가

한날 하룻밤 사이에 만발을 하더니

그날만에 봄을 다 써버렸다


여름까지 꾹꾹 버티다

장마에 쫓기듯 물러나는 것이 버거웠던지

그 아이마저 데리고 가 버렸다


아이는 버거운 봄바람이

습해서 숨통이 막혔나보다


피고 지는 것들엔 있는

그 순서도 없이 불어간 바람에

아이의 어머니는


꽃같이 어여쁜 그 아이를 품에 안더니

겨울처럼 시린 도자기 속에 불려 들어갔다


아무개 꽃이 뒤죽박죽 피어나

망가진 올봄이 가고 나면

이젠 어떤 꽃도 피지 않는 봄이 올 것이다




피고 지는 것들엔

순서가 있다


순리를 어긴 봄은

그 애에게 이끌려 떠났다


꽃이 피지 않는 봄마다

나는 괴로워야 마땅하다


이제 봄은

봄이라 부를 수 없는

낱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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