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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너머

2025.11

by 온다


귤껍질을 깐다

한 조각 삼켜내면

액체가 되어

말초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손끝이 노래질 때까지

귤껍질을 깐다


하얀 귤락을 저민다

속살의 굴곡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까슬한 귤락을 솎아낸다


치밀하게 조각난 과육은

난도질당할 준비가 되어있다

껍질을 벗기고 알알이 흩어질 채비를 마쳤다


애초에 그것은 노랗기도 전에

이파리에 불과했던

자기 자신을 기억하고 있기에

벗어진 껍데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귤의 속내를 까발린다

눈살을 찌푸리는 그 과즙이

아주 시큼하게 쉬어 내막이 까발려진다


집요하게 마주할 수 있는

무르지 않은 귤을 파헤쳐

무대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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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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