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있다. 밑도 끝도 없이 가라 앉는 날. 호르몬에 의한 변화인가 싶어 어플을 살펴보면 아무런 이슈도 없다. 호르몬은 아니고, 날씨탓인가.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독 몸이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몸을 따라 마음도 무거워진걸까. 그렇게 탓해보기엔 어제의 나도 오늘과 같이 축축한 솜과 같았지만 날씨는 요 근래 중 가장 좋은 날이었다.
이 우울엔 분명 원인이 있으리라. 그 원인을 찾아 헤매어보지만 이거다 싶은 게 없다. 이런 경우, 셋 중 하나다. 내가 못 찾고 있거나, 복합적이거나, 감기처럼 찾아오는 우울이거나. 이 중 해결이 가장 쉬운건 감기처럼 찾아온 우울이다. 이런 경우 대체로 한바탕 시원하게 울어주면 풀린다. 그냥 울 수는 없으니 울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본다. 그렇다고 너무 깊은 슬픔을 다뤄선 안된다. 내 문제들을 자극해서도 안된다. 가볍게 울 수 있는 그런 영화 혹은 드라마여야 한다. 참 까탈스럽다. 뭘 보면서 이 감정을 해소할까 고민하는 과정도 사실 쉽지 않은데, 다행히도 알고리즘이 적절하게 안내해주었다. 알고리즘을 따라 들어온 어느 드라마의 장면을 보다가 그 장면을 따라 가기위해 티빙을 키고, 나는 펑펑 울어냈다.
한바탕 눈물을 쏟고나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이번엔 감기와 같은 우울이었나보다.
이제 밥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