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할머니

by 하늘위로

해가 바뀌어 올해 스물하나가 된 이은아는 대학생이다. 최근,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보라는 부모님의 특명에 따라 집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다른 곳도 몇 군데 알아보았지만 방학이라 그런지 경쟁은 치열했고, 시급이나 근무 여건 등을 살펴보면 이곳이 가장 괜찮았다. 이곳은 상시 알바 모집을 하고 있어서, 복잡한 면접 과정 없이 빠르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업무는 간단하다. 원하는 금액만큼 주유를 하고 계산을 하면 된다. 은아가 일하게 된 늘봄 주유소는 유명한 바닷가 근처에 있는 주유소로, 주유와 세차가 가능했다.


주유소에는 주유팀과 세차팀이 있었고 관리자로 사장님과 과장님이 있다. 주유팀은 낮과 저녁, 야간으로 나뉘었고 근무인원은 3교대 느낌으로 6명이었다. 세차는 아주머니 세 분이 맡았다. 기계 세차라, 물기 제거와 내부 청소만 하면 된다. 손이 모자랄 땐 주유팀 세차팀 할 것 없이 서로 돕는다. 과장님은 큰 탱크로리 차를 운행하며 배달업무를 맡았다. 사장님은 이따금 나와 영수증을 꼼꼼히 확인하며 직접 정산을 했다. 주유소는 맛있는 식당과 계약이 되어 있어서 늘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었고, 이따금 사장님이 빵을 한가득 사 와서 모두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튀는 사람도 모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일하는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했고, 은아는 아르바이트가 즐거웠다. 물론 가끔씩은 이상하고 난폭한 손님을 만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느 한가한 평일 낮 시간, 은아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매 시간마다 같은 할머니가 주유소를 지나가는 것이다. 70대 중반 이상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살짝 저는 다리로 천천히 주유소 앞을 걸어갔다. 그리고 또, 나타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할머니는 계속 나타났다. 은아는 제 눈을 의심했다. 혹시,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다행히 모두의 눈에 보이는 듯했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은아는 궁금했다. 다리도 불편한데, 계속 이 주위를 돌고 있는 걸까? 이 정도 산책은, 오히려 다리에 무리가 갈 텐데... 세차 아주머니들이 말하길, 할머니가 이렇게 빙빙 도는 일은 꽤 오래됐다고 한다. 은아는 그런 할머니가 몹시 걱정됐지만, 할머니는 계속해서 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산책을 했다.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날에도 말이다. 은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오지랖이라 해도 좋았다.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