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만이 착용할 수 있었던 삼천주
‘조선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미인도〉의 미인이 착용했을 만큼 삼천주는 귀한 장신구였다. 삼천주의 삼천이란 말은 구슬이 삼천 개란 뜻이 아니라, 불교의 삼천대천세계 [三千大千世界]를 상징하는 말이다. 불교에서 삼천대천세계란 거대한 우주공간을 나타내는 술어로 소천, 중천, 대천 세 종류의 세계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끝없는 세계가 부처가 교화하는 범위가 된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삼천주의 구슬은 큰 진주나 밀화(호박), 옥 같이 귀한 보석으로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인도〉의 미인이 지닌 노리개의 알은 유난히 굵은 구슬로 엮은 삼천주이다. 구슬의 재질이 무엇인지는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조선 노리개를 비롯해 전통 장신구 1만 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보나장신구박물관 김명희 관장은 "〈미인도〉 속 자색의 구슬은 붉은색을 띠는 밀화(호박)나 금파(투명한 호박)였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구슬이 자색을 띠고 있으며 흰색 문양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칠보(七寶) 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구슬의 재질이 어떤 것이었든 삼천주는 주로 왕실, 그곳에서도 왕비만이 착용할 수 있던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왕비 외에 기녀가 비공식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미인도의 주인공인 여인의 신분은 알려진 바 없지만 보나장신구박물관 김명희 관장은 “신윤복이 그린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 듯 아마도 미인은 기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인의 신분이 무엇이든 간에 김 관장은 “옛 여인들의 장식품을 보고 있으면 그 시절 여인들의 미적 수준에 감탄하게 된다. 여인들이 옷에 차고 다녔던 장신구는, 한국이 가장 화려하며 세계적이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노리개는 다소 심심해 보이는 한복의 색조에 화사함을 더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 이래 부녀자들의 몸치장에 쓰인 대표적 장신구인 노리개는 실생활에서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에서 한복에 구심점을 주면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조선시대에도 패션의 완성은 주얼리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