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과 미소의 상관관계

죄책감 서린 미소에 대하여

by 이동주

그는 옅게 죄책감이 깔린 미소로 한 손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몇 번이고 까닥거리며 자리를 피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 제스처가 의미하는 건 분명하다.

"알아요. 주차하면 안되는 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몇 달 전, 우리 집 양 옆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베트남이다.

소음으로 시작해서 소음으로 끝나는 나날.


공사장 인부들은 오토바이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 지 어느 날 부터 오토바이 두대가 우리 현관 앞에 놓이더니

셋, 넷으로 늘어 결국 현관문을 가로막았다.


나는 안다.

첫 두대가 주차되었을 때 당장 나가 치우라고 하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에 이곳은 점령당한다.

여기서 경계는 말로가 아니라 태도로 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침범당한다.


게이트를 열고 나가, 문 앞을 막고 선 오토바이 앞에 서서 두리번대며 주인을 찾는다.

한 남자가 옅은 죄책감을 띤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우리는 눈이 마주친다.

그의 표정은 분명히 미안해 보였다. 어색하게, 죄스럽게.

그런데도 그는, 다음 날 또다시 같은 자리에 오토바이를 세운다.

왜일까.


이 나라에서 '알죠'는 그저 말이다.

실행의 약속이 아니라 상황을 끝내는 인사다.

내가 화난 건 불편함이 아니었다.

알면서도 계속하는 태도 때문이다.


그건 단순한 이기심보다 더 깊은 무언가이다.

'내가 불편을 준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선택.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뒤에 숨어있는 방어적 무례함.

그 미소는,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나는 계속 그 미소를 관찰한다.

사과도 아닌, 사과 같지만 책임지지 않는 그 얼굴.

사람 좋은 듯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리만 지키는 그 이기심.


나는 그 미소를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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