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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원 Oct 15. 2021

보험은 소비일 뿐

가학적 소비 6

보험을 저축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쉽게도, 그 생각은 틀렸다. 보험은 철저히 소비다. 물론 보험사들이 '저축성', '복리', '고금리' 등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최종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사실 모든 보험은 들지 않는 게 가장 좋다. 물론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들게 하는 4대 보험과 법적으로 의무화된 자동차 보험은 예외다. 하지만 그 외의 보험은 가능하면 가입하지 않는 게 좋다. 우리 가족 역시 실손 의료비 보험만 가입했다. 인터넷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1인당 만 얼마씩, 4인 가족 보험료가 총합 6만 원 정도다. 병원비 걱정 없이, 조금만 아파도 마음 편히 병원에 갈 생각으로 가입했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확률 게임이다. 대부분의 경우, 보험사가 이기는 게임이다. 나처럼 운이 좋게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이 돌려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상황이다.


많은 가정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보험을 당연하다는 듯이 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보험을 적금처럼, 나중에 돌려받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회사'다. 회사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30년 납의 종신보험을 예로 들어 보자. 월 10만 원씩 30년 동안 납입하면 총 3600만 원을 내게 된다. 사망 시 1억에서 2억을 지급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일찍 사망했을 때나 해당하는 금액이다. 60대가 되면 일부 금액을 연금처럼 받을 수도 있다. 연금으로 총 받는 금액이 3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어, 죽지 않아도 낸 보험료 거의 다 돌려받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틀렸다. 계산을 해보자.


만약 30년간 매월 10만 원씩을 보험사가 아닌 은행에 적금으로 넣었다면? 원금은 3600만 원이 된다. 금리를 3%로 가정하고 복리를 고려하면 이자는 약 2242만 원이 붙어, 총 5842만 원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80세까지 이 금액을 그대로 유지하면 1억 636만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그리고 종신보험은 사망 시까지 유지되는 것이니, 만약 100세까지 산다면 2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즉, 보험을 들었을 때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3000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돌려받는다'는 조건은 사실상 우리가 큰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00세까지 산다면, 1억 6천만 원 이상을 보험사에 선물한 셈이 된다. 이마저도 가정에 월납 10만 원의 보험이 단 한 개만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이다. 


이것이 바로 보험의 본질이다. 보험을 공부해 본 사람들이 "보험은 사기다", "보험은 바보들이 드는 것"이라는 말까지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다. 낸 보험료 3000만 원을 연금으로 받겠는가, 아니면 은행에 적금 넣고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받을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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