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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원 Oct 15. 2021

대출과 할부, 렌털은 평생 쓰지 말자

가학적 소비 5

월세를 살다가 대출을 활용해서 전세를 구한 뒤 월세를 아끼는 전략. 즉 대출이자가 월세를 내는 것보다 현저히 적어서 전세로 갈아타는 경우, 이 단 한 가지 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출을 평생 받지 말자.


대출은 우리의 소비습관을 망쳐버리고 대출 자체도 습관화되어버린다. 없으면 안 쓰고 안 사면 된다. 대출내서 집산 사람들의 집값이 오른 것에 많은 사람들이 허망해하며 분노한다. 그건 단지 결과론일 뿐이고 아직 차익실현도 대부분 안 한 상태다. 5억 원의 집을 2억 원의 자기 자본과 3억 원의 대출로 사서 집값이 10억 원이 됐다고 가정해보자. 5억이나 오른 것처럼 보이겠지만 ‘팔아서 현금화한 뒤 전세 등으로 이사한 경우’만 해당이 된다. 거의 없다. 그 집이 경제위기 때는 3억까지 떨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 집주인은 평생 모은 2억 원을 날리게 되고 은행빚 3억 원과 막대한 대출이자만 남게 된다.


18년간 글로벌 금융회사에 근무하며 10만 명이 넘는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전투’ 같은 상담들을 해왔다. 상담하며 보니 거의 80%~90%의 사람들이 대출을 쓴다. 습관이다. 대출로 망한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것도 엄청 많이 봤다. 다만 대출을 안 쓰는데 망한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이렇듯 승자는 늘 거북이다. 천천히 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가장 빠른 성장이다. 


카지노를 떠올려보자. 5배를 벌게 된 운이 좋은 날 100만 원을 가져갔다면 500만 원을 벌었을 것이고 자기 자본 100만 원에다가 900만 원의 대출까지 총 1000만 원을 가져갔다면 5000만 원을 벌었을 것이다. 이분이 5000만 원 한 번만 벌고 다시는 도박을 안 한다면 성공스토리가 완성되겠지만 그게 가능하겠는가. 결국 대출을 자주 쓰면 꼭 한 번은 감당하기 힘든 큰 위기에 빠진다. 대출은, 즉 남의 돈은 무서운 것이다.


할부도 우리의 소비 관념을 흐리게 만든다. 무이자 할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말이 무이자 할부지, 대부분은 일시불로 바꿔서 결제할 경우 할인이 가능하다. 즉 100만 원짜리 물건에 110만 원의 가격표를 붙여놓고는 무이자 할부라고 판매한다. 일시불로 결제했을 경우 10%할인을 적용해 주면서 말이다.


모아서 사자. 할부는 이자까지 내지만, 모으면 모으는 동안 이자까지 챙기게 된다. 그리고 그 모으는 긴 시간 동안 ‘사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가지게 됐다면 대성공이다. 10개의 물건을 할부로 산다면 오늘 당장 결제할 것이다. 하지만 일시불로 사려고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면 그 얼마간의 시간 뒤에는 3~4개만 사게 될 확률이 높다. 왜냐면 그 물건을 소비할 필요성을 재차 생각하게 되고, 힘들게 긴 시간 동안 모았으니 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것만 사게 되니 그렇다.


렌털도 할부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우리 집 정수통은 2만 원대다. 유럽에서 꽤나 유명한 제품이고 많은 사람들이 쓴다. 몇천 원 정도 하는 필터만 몇 달에 한 번씩 바꿔가면서 잘 쓰고 있다. 부자라고 자부하는 내가 쓰는 정수통이 2만 원대다. 바꿔야 할 건 없는지 돌아보자. 여러분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는 정수기의 가격을 말씀드리려 한다. 4천만 원이다. 무슨 얘기냐면, 정수기 사용을 위해 월 3만 원씩의 렌털료를 낸다고 가정했다. 5년이나 10년마다 정수기 업체에서 새것을 권유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약 3만 원의 비용이 매달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제휴카드 할인은 잊자. 약정금액인 30만 원정도의 카드 사용금액이면, 1만 원 남짓의 할인은 대부분의 다른 카드에서도 어차피 가능한 할인이니 의미가 없다.


30세에 독립해서 80세까지 50년 동안 정수기를 쓴다고 가정했다. 매년 36만 원씩 50년이면 1800만 원이다. ‘이렇게 큰 금액이야?’라고 놀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월 3만 원씩을 정수기 업체가 아닌 은행에 적금을 냈다고 가정해보자. 금리는 3%로 가정하고 이자 소득세는 계산하지 않겠다. 50년간의 이자가 1350만 원인데 여기에 복리가 붙는다. 이자 1350만 원에 복리까지 합쳐서 약 2378만 원이다. 이 2378만 원은 이자만이다. 즉 원금 1800만 원을 합치면 4178만 원이다. 이렇게 소중한 돈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나마 이건 정수기만을 계산한 것이다. 더 많은 종류의 할부나 렌털,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평생 동안 바닥에 흘리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합법적인 덤터기 씌우기다. 한 정수기 업체가 ‘렌털’이란 제도로 20여 년 전부터 히트하자 많은 물건들이 ‘렌털’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한다. 안마 의자, 침대, 각종 가전제품, 이젠 타이어까지. 이런 큰 기업들이 계산에 약한 대중들을 상대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나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아닌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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