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아이언맨

한부모 가정의 아이

by 정혜영

2학년 진호(가명)는 엄마와 단 둘이 산다.

진호 엄마는 전날 오후부터 일하다 저녁에 집에 잠깐 들러 진호의 저녁밥을 차려 놓고 다시 나가셔서 새벽에야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신 댔다. 피곤한 몸으로 깜빡 잠이 들면 깨지 못해서 진호는 지각이 잦았다. 그것도 진호가 1교시 시작하고도 안 와서 진호 엄마께 전화를 걸면 진호가 받아서 엄마를 깨워 등교를 하곤 했다.


나 자신이 엄마 혼자 아이 셋을 키운 집에서 엄마가 일 가시고 안 계시는 시간에는 두 동생을 건사하던 첫째 딸로 자라서인지,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유난히 마음이 간다. 정신없이 등교했을 텐데, 아침은 먹고 왔니? 물어보면 아니요, 해서 교사들 사비로 사 둔 간식에서 초코파이랑 두유를 가져다 먹인 적도 있다. 먹고 사느라 바쁜가 보다, 하면서도 진호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너무 소홀히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 신경 써서 살펴보게 된다.

저녁 누구랑 먹었냐고 물어보면 미미랑 먹었단다. 미미는 진호가 키우는 강아지다. 진호와 한가족이 된 지 몇 달 안됐다고 하는 걸 보면 저녁 시간을 혼자 보내는 진호를 위해 엄마가 사 주신 모양이었다. 우리 집 6학년 아들은 지금도 자기 전에 가끔 무섭다고 엄마랑 자도 되냐고 묻곤 하는데, 어린것이 저녁을 혼자 먹고 혼자 잠든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쓰럽고 걱정이 되었다. 진호한테 혼자 잠들기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면 이제 괜찮다고 해서 더 측은했다.


이런 생활 때문인지 진호는 또래에 비해 생활 자립능력은 출중한데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족들과의 일상적인 상호 의사소통이 오랫동안 안되어서인지, 쉬운 말로 설명해도 한 번에 이해하지를 못했다. 수학 평가라도 볼라치면 매번 재시험으로도 부족해 세 번째까지 다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남아야 했다. 그럴 때마다 몇 개 맞으면 집에 갈 수 있냐고 물어서 절반 이상 맞으면 갈 수 있다고 하면, 10문제 중 자기가 풀 만한 5 문제만 딱 집중해서 듣고 그것만 겨우 풀고는 집에 가곤 했다.




통합 시간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도화지 가운데에 자기 얼굴이 보일 만큼 동그랗게 자르고 동그라미 주변을 꾸며서 미래의 꿈을 그린 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의사, 사육사, 요리사, 발레리나, 축구 선수, 과학자, 선생님 등 다른 친구들의 각양각색의 꿈에 대한 발표가 있고 난 후, 진호 차례가 되었다.

"저의 꿈은 아이언맨입니다."

친구들이 와아~ 하고 웃었다.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나도 아이언맨 좋아하는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왜 아이언맨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진호는 아이언맨처럼 악당을 물리치는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서웠을까? 혼자 있는 시간에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니 나도 어렸을 때 '소공녀', '소공자' 이야기를 읽고 내 친엄마가 따로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때가 있었다. 엄마한테 야단맞은 날엔 그 생각이 더 굳어졌다. 조금만 더 크고 힘이 생기면 친엄마를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친엄마라면 저렇게 자식을 혼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 같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상력을 잃다'와 같은 말이 아닐까.

어렸을 때 우리는 누구나 대통령도 되고 과학자도 되고 우주비행사도 되었다. 요즘에는 우리 때 보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더 많아져서 아이들은 슈퍼마리오도 되고 아이언맨, 진격의 거인도 된다.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 그 세계는 아이들의 꿈의 세계이면서도 도피처이기도 할 것이다.


진호가 진호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대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빨간 슈트를 입고 아이언맨이 되어 여기저기를 날아 세상 끝, 아니 우주 끝까지 가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진호로 돌아왔을 때 엄마 품에 안겨 곤히 잠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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