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글 Oct 06. 2022

야생으로 간 초식동물처럼

프롤로그

편협하고 좁은 시각, 편견과 고정관념이 내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어쩌다 남편의 이직으로 미국으로 갈 기회가 생겼고 그래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다른 시각의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미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지내는 동안, 나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의 커다란 가치관과 인생의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바뀌었다. 때문에 그전에 한국에서 살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처음 미국으로 갔을 때, 나는 잘 꾸며진 사파리에서 살다가 광활한 야생으로 간 초식동물 같았다. 잘 조성되어 있는 안전망 속에서 육식 동물의 공격 같은 것은 걱정도 하지 않았던 초식동물이 어디에 안전장치가 있는지도 모르는 넓디넓은 야생에 풀려 모든 주변의 것들에 경계심을 갖고 눈망울을 연신 굴리는 모습, 이것이 나의 초창기 미국 생활이었다. 호기심은 많았지만 의심은 놓지 않고 있었고, 모든 게 확실치 않아 자신감이 떨어졌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했고, 적극적인 자세로 그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가려 노력했고, 이 과정 속에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실수와 학습을 통해 겨우 야생에 적응할 즈음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한 정리는 너무 힘들었다. 집과 자동차도 그랬지만 겨우겨우 친해진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려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에서 살아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나는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지 못했고, 돌아왔으니 이제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복원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한동안 하지 못했다. 내가 가족마저도 낯설었듯이 그들도 나의 출현이 낯설었을 것 같다.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해도 시각은 너무 달랐다. 그들과 내가 같은 사회에서 같이 채우지 못한 오랜 시간의 공백을 아무리 빨리 메우려 해도 짧은 기간 안에는 메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살아온 미국 사회와 한국 사회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눈부신 속도로 경제 발전을 했지만, 단일민족으로 살아오면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오히려 그 속도가 느린 것 같다.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는 다른 사회에서 사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회 전체적으로 정체되어 버린 틀을 깨 부숴버리는 데 너무 소극적이고, 지키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에는 이런 사회도 있다고 소개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사회가 더 낫고, 발전했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완벽한 사회는 없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키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의견을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이지만 알고 보면 치열한 생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적응을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시간들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 경험을 정리한다.  한국에 다시 적응하면서 새삼 느끼는 미국 사회의 현실 경험 에피소드 속에서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으면 한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룬 한국 사회가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개선, 발전되면서 모두의 개성을 인정하며 살만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