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현 Apr 28. 2024

『수빈』 을 인터뷰하다.

#07 연애•결혼 선배로부터


#1

확신과

기다림 그리고 노력.


며칠간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갠 일요일, 구독자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주말을 보내셨나요? 혹은 다가올 휴일은 누구와 함께 보낼 계획인가요? 사랑하는 연인, 가족 혹은 귀여운 반려동물일 수도 있겠네요. 최근 들어 스물아홉 언저리의 지인들을 만나면 결혼, 연애, 사랑이 대화 주제로 자주 언급됩니다. 하지만 결론이 없는 고민에 결국 물음표로 끝날 때가 많죠.


오늘은 ‘수빈’ 님을 만나봤습니다. 그동안은 대면 인터뷰로만 진행하다가, 처음으로 화상 인터뷰로 만나보았는데요. 거리는 멀지만 화면 속 반가운 얼굴을 오랜만에 만나는 순간, 마치 어제 본 듯한 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서 함께 보이는 귀여운 까까머리 ‘한별’도 제게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결혼 4년 차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수빈 님은 비록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인생 선배인 셈이죠. ‘수빈’ 님이 생각하는 결혼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개인으로써의 삶과 목표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수빈 님의 식구는 네 명입니다. ‘수빈’, 수빈 님의 남편 ‘유천’, 첫째 ‘슬온’ 그리고 이제 8개월이 된 동생 ‘한별’. 이렇게 단단한 가정을 꾸리기까지, 어떤 스토리가 있었을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서로에게 그런 확신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장소와 타이밍이었다고 하네요.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그 시기에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먹으러 자주 가던 가게가 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가게 사장님께서 전화로 언제 오냐고 재촉하시길래 갔더니, 웬 처음 보는 남자가 있는 거예요. 그게 지금 남편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단골 샐러드 가게의 사장님이 주선한 소개팅, 심지어 수빈 님과 남편분은 일을 마치고 막 나온 상태라, 꾸미지도 못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수빈 님은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좋았다고 해요.


“그때는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정말 꾸미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오빠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때문에 서로 부끄러워하니까, 사장님께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좋다면서 격려해 주더라고요.”


그렇게 연애한 지 4개월쯤, 수빈 님에게는 뜻밖의 소식이 생겼습니다. 스물넷, 슬온이가 생기면서 예상보다 일찍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죠. 실질적인 연애 기간은 짧았지만, 남편은 결혼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제가 그전까지 고집해 오던 것들이 남편과의 연애를 통해 많이 바뀌었어요. 보통 무엇이든 저만의 규칙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연애에 대해서도 ‘꼭 세 번 정도 만나야 하고, 그다음엔 썸을 탄 후 연애해야 한다.’(웃음) 이런 것들요. 그런데 남편이 첫 만남 바로 다음 날에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하니까, 저는 당황스러워서 더 만나보고 사귀자고 했죠.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지금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확실한데 꼭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하더라고요. 이런 점 외에도, 음식이든 장소든 제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줬어요. 물론 저도 당시에는 사회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결혼보단 돈을 모으는 데 관심이 더 컸어요. 그럼에도 ‘만약에 결혼한다면, 이 사람은 괜찮겠다, 이 사람이랑은 언젠가 꼭 결혼할 것 같다’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아무리 서로의 조건이 맞는다 한들, 결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타이밍과 마음 등 여러 가지가 함께 따라줘야 비로소 결혼을 결심하죠. 아직은 결혼 상대에 대한 ‘확신’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알려진 정설은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요소나 계기는 있습니다. 과연 수빈 님은 연인 시절 혹은 부부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 왔을까요?


“연인들은 보통 결혼 준비를 걱정해요. 부부 둘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가족이 합쳐지는 일이니까요. 저희도 당연히 결혼준비를 할 때 각자 입장이 다른 부분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긴 적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오히려 존중해가면서 조율했더니 큰 문제는 없었죠. 이건 표면적인 부분이고, 제가 생각할 때 본질적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는,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싸우면 회피하고, 남편은 그 자리에서 바로 풀어야 하는 타입이었죠.”


수빈 님이 당시 갈등 상황을 회피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런 말이나 의사를 전했을 때 상대방이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편의 적극적인 설득과 소통 그리고 수빈 님의 노력으로 극복했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어떤 말이든 하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어요. 그래도 남편이 계속 저를 기다려 줬어요. 그렇게 조금씩 의사를 표현하다 보니까 그 이후로는 속에 담아두거나 피하기보단 직면해서 바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기다려준 남편과 노력한 수빈 님, 두 사람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24살이라는 나이에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건 도전일 수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결혼 생활 중 인상 깊었던 순간들이 있었을까요.


“가장 힘들었던 건, 저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면서도 육아를 병행해야 했던 점이었어요. 그 당시 제 나이가 더 많았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나 노하우가 조금 더 완벽했을 거예요. 아무래도 모든 점이 처음이라 서툴고 어려웠죠.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좋은 기억이 오히려 더 많아요. 예를 들어 조리원에서도, 모두 자신의 아이처럼 생각해 주시면서 노하우도 많이 알려주셨어요. 특히 둘째 아이를 낳은 후에는 오히려 첫째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라는 생활의 지혜도 얻을 수 있었어요.”



#2

가족은 함께 여정을 떠나는

'파티원'.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에게는 챙겨야 할 존재,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어주는 존재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빈 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옆에 누군가 있다는 점 자체가 제일 큰 힘이 돼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고 웃음이 나죠.”


생각만 해도 힘이 되는 존재, 그게 바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죠. 저는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서, 수빈 님이 생각하는 가족의 정의도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자녀이자 자취생으로, 독립적인 구성원으로서의 자아가 더 큰 편인데요, 부모로서 자녀와 가정을 이끄는 수빈 님은 어떻게 생각할지요.


“사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사전 질문 중에서도 이 질문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음, 저는 비유하는 걸 좋아해서 저만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게임으로 함께 떠나는 파티원’이라고 생각해요.

파티원들은 게임 속 공동 목표를 위해 각자 역할이 있잖아요. 그렇게 각자 역할에 맞춰 서로 도와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가족도 그런 공동체인 거죠.”


게임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신선한 수빈 님의 표현을 듣고 인터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가족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정의는 할 수 있어도 그 사람만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드러나는 게 이런 인터뷰의 매력 아닐까요!



#3

'수빈'만의

삶과 취향.


이제 가정의 이야기를 넘어, 수빈 님 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슬픈 사실이지만, 고된 육아를 하다 보면 ‘나’보다는 가족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며 자신을 잃어간다는 우울감에 빠지곤 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가끔 그런 점들이 서글프다고 하셨죠. 그래서 저는 수빈 님만의 인생 가치관을 먼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제 선택에 후회하지 말자’라는 가치관이 있어요. 저는 아마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이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낳는다는 선택과 결정을 할 거예요. 예전에는 자유로워 보이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다시 돌아가면 결혼 안 하고 혼자 살래!’라며 장난 삼아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만약 그때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저는 여전히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꿈이 있을 것 같거라고요. 결국 지금의 인생을 살겠다는 선택을 하겠죠. 그래서 다짐했어요.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보다는, 제 선택에 후회 않기로요!"


이렇게 단단해 보이는 수빈 님이 바쁜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취향과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요? 수빈 님은 육아로부터 오는 피로감이나 우울감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나만의 취미 찾기’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의 ‘치맥 타임’부터 시작했어요. 그때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애니메이션이 흥미로워 보였어요. 원래 좋아하기도 했고요. 특히 ‘귀멸의 칼날’에 꽂혀서 만화책 전집을 빌려봤어요. 그러다 점점 범위를 넓혀서 올해는 아파트 도서관에 들렀어요. 세상에, 오랜만에 책을 빌려서 읽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올해 도서 목표가 한 달에 한 권이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두 권씩 읽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 권이면, 수빈 님은 벌써 한 달에 열 권의 책을 읽는 셈이죠. 제가 인터뷰이로 섭외하기 훨씬 전에도, SNS에 책 리뷰에 대한 내용을 스토리에 올리면 늘 관심 있게 보던 수빈 님이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쓰기에도 관심이 생기는데, 수빈 님도 그런 지 슬쩍 물어봤습니다.


“맞아요! 최근 독서에 빠진 후부터, 노래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딱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그런 장면 위주로 한번 글을 써볼까 하고 생각이 들어요. 또 다른 버킷리스트는,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고 싶어요. 수영이나 폴댄스 같은 것들요!”


새롭게 경험하다 보면 또 다른 것을 도전하는 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는 수빈 님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며, 요즘 영감을 줬던 책이나 영화 등 콘텐츠가 있는지 마음껏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제일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이었어요. 최근에 수현 님이 그 책 리뷰를 SNS 스토리에 올린 걸보고 호기심이 생겼는데, 마침 제일 친한 친구도 같은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읽게 되었는데 정말 재밌게 봤어요. 꽤 오래전 작품인데도 문장이 세련됐고, 이야기가 흥미롭더라고요.



특히, 책 말미에 주인공의 선택에 관한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였는데, 저는 엄마의 삶을 살게 되면서 비로소 제 인생을 들여다보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작가의 의도도 이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서도 더욱 이해가 잘 되었어요.”



#4

'나'를

존중하는 삶.


어느덧 인터뷰 막바지가 되어, 수빈 님 만의 삶의 목표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엄마’로서의 자아와 ‘김수빈’으로서의 자아를 구분하는 것이 목표예요. 제 삶이 육아에만 치중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거예요. 그 이유는, 제가 무심코 ‘아이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했어’ 이런 마음이 들거나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이제 자신을 조금 더 생각하고 존중해 주자는 목표를 갖게 된 거죠.”



수빈 님은 여기에 덧붙여, 가까운 미래인 서른 안에는 꼭 복직하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인생 선배로서, 결혼이나 연애를 고민하는 언니, 오빠들에게 솔직하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요즘은 혼자 살기도 힘들어서 ‘결혼하세요, 아기 낳으세요’ 이런 권장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현실이 녹록지 않기도 하고요. 다만, 저는 결혼과 육아를 하며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거죠. 그래서 좋은 상대가 있어서 연애나 결혼이 하고 싶은데 고민이 될 때는, 그 생각이 들었을 때가 바로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기회가 다시 오더라도 둘 중 누군가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잖아요.


아! 그리고 ‘아홉수’ 같은 건 정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살아보니까 하나도 중요하지 않더라고요(웃음)”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 왠지 신비롭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서 더 그렇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수빈 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스물아홉의 의미를 말했습니다.


“제가 주인공인 책에 비유하자면, 스물아홉은 두 번째 챕터의 마지막 장이라고 생각해요. 재밌게 읽었던 책인 ‘홍학의 자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라 얼른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어요. 궁금하니까요! 이렇게 흥미로운 반전을 통해 챕터마다 주제가 다르고 다음 챕터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져서 예측할 수 없어요. 그래서 29라는 나이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는, 완전히 새로운 나이를 기대하게 만들면서도 새 출발을 위한 끝맺음의 시기인 거죠.


저 같은 경우도 서른 전 복직이 목표라고 했잖아요. 결국 서른이 된 순간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새로운 삶이 펼쳐지기 때문에, 스물아홉에는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가 될 거예요."




일곱 번째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꾸준히 성장 중인「수빈」님이었습니다.

스물 아홉들에게 울림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인터뷰 주인공도 기대해 주세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