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주말이 지나고 난 자리
너저분하기 그지없다.
치우기보다는 한숨이 나온다.
치울 기력을 채우기 위해
허기진 마음을
애써 돈을 써가며 채웠다.
굳이 당장 사지 않아도 되는 식빵을 사기 위해
아이들을 등교시키며 빵집으로 갔다.
빵만 사면되는데
풍미 가득
김이 모락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주말에 고생을 보답하는 비싼 샐러드도 챙겨본다.
"봉투 하실래요?"
백 원이면 되는 봉투지만
두 손으로 충분히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하필,
걸려오는 전화에 두 손이 바빠졌다.
한 손에는 식빵과 샐러드
한 손에는 커피 뚜껑을 가로막고 새어 나오는 김 나는 아메리카노
한쪽 어깨를 귀로 바짝 올려 전화를 받으며
아슬아슬 양손에 허기를 채울 것들을 들고 걸어간다.
전화가 끊겨서
손을 정비하려는 찰나
팔꿈치에 잠시 껴두었던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쏟아졌다.
뚜껑에 틈새로 아메리카노가 빼꼼
백 원을 쓰지 않은 나를 탓하듯
그래도,
검은 패딩이라 다행이었다.
커피 향이 은은히 나는 옷으로 탈바꿈하는 순간
만원 어치를 사면서 백 원을 아끼려다
커피로 향수칠을 했다.
집에 오는 순간까지
목이 돌아간 사람처럼
어깨로 전화를 받으며
집에 돌아와 드는 생각은..
백 원을 줄걸...
백 원이면 해결될 일에
왜 이리 모지리같이 굴었을까.
AI한테 내 모습을 설명하고 그린 모습은
괴기스러웠다.
그래.. 백 원을 쓰지 않은 행동은
손이 네 개 필요한 일이었다.
백 원을 썼다면
저렇게 아침 산책하듯
빵과 커피를 사 왔을 텐데
만원은 쓰면서
백원은 쓸 줄 모르는 나
아래 그림처럼 웃기 위해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소비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거창한 생각보다는
그저 웃음만
AI 덕분에 한 번 더
웃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