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퇴사 후 "세계 여행", 퇴사 후 "무모한 도전"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나도 어찌하다 보니 마일리지도 꽤 쌓여있겠다, 무엇보다 동생, 사촌 언니, 친구네가 외국에 많이 있어서 비행기 표값 (심지어 가족 마일리지로 세 명이 비수기 유럽 왕복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마일리지도 있다.)만 있으면 숙식비를 아껴 가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가고 싶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에 하필 역병이라니...
원랜 프랑스에 살지만 벨기에에 몇 년 살 때 마침 벨기에 출장으로 나의 고생을 생생히 본 사촌 언니는 프랑스라도 와서 쉬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 조카들은 어느새 그때보다 훌쩍 커서 이모 보고 싶다고 카톡을 보낸다.
마드리드는 동생, 지도 없이도 웬만한 곳은 다 꿰차고 다니며 내 친구들이랑 놀 수 도 있고, 마드리드가 아니라 다른 도시도 시외버스 (스페인은 버스가 잘 되어있다. 11년 전 버스 전국 일주를 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10년 동안 얼마나 더 발전했겠는가?)
리옹에도 홈스테이 엄마와 내 친구가 있고, 미국엔 얼마 전 아가를 낳아 산후조리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를 친구가 있다.
출장 때문에 초대받은 내 생에 거의 없을 하와이 데스티네이션 웨딩도 못 간 친구네도 밴쿠버에 있다.
나도 멋지게, 또 무모하게 백수생활할 수 있는데...
이놈의 코로나-19는 퇴사 때도 고생시키더니 놀지도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