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 한두 달 정도 음식 냄새가 역했던 적이 있다. 입덧하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서 정작 친구는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동안 나는 손도 대지 못했다.
특히 가공식품 중에서도 향이 최고조인 카레와 소시지, 햄은 지나가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밥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마트에서 갓 파를 들였는지 마트 한 가득 파 냄새로 가득 찬 적이 있는데, 그 냄새에 그 날 장보기는커녕 식사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구원 투수가 있었으니 바로 시리얼이었다. 특별한 냄새도 많이 안 나고 (오래 씹으면 난다. 빨리 씹고 삼키면 단 맛만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밥공기'에 담아 먹으니 밥의 느낌은 낼 수 있어 하루에 두 끼는 시리얼만 먹고살았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우유가 문제가 되는 날도 있었다. 보통 우유도 누린내가 적은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샀는데, 그 조차 누린내가 나면 그날은 하루 종일 쫄쫄 굶는 신세가 됐다.
박차고 나왔으면 초라하지 않게 밥이라도 잘 차려먹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맛있는걸 이렇게나 좋아하는 내가 평소에 거들떠도 보지 않는 (희한하게 외국에 있을 때는 또 잘 먹는다.) 시리얼을 종류를 바꿔가며 '약을 먹으려고' 먹는다는 게 너무 원통했다.
그렇다고 딱히 살이 빠지지도 않았다.
놓쳐버린 나의 맛있는 135끼. 환불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