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너무 길어

by 아나스타시아

퇴사를 하면서 의외로 크게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나의 나태함, 불규칙한 생활, 생체 리듬 파괴였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11시 30분에 수면제 12시에 취침, 6시 기상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걸 잘 지키고 나면 어찌나 뿌듯한지, '좋아, 이 태세로 다시 월급쟁이가 되는거야!!' 라며 어흥이 밥을 우걱우걱 씹으며 아침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코딱지만한 원룸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으며, 친구들은 다 회사, 나 홀로 책보기도 한계가 있고, TV는 재미도 없고. 음악 감상은 귀청만 따갑고, 녹슨 내 피아노 소리는 더 듣기 싫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침대 안으로 기어 들어가면 잠도 오지 않았다. 휴대폰을 보는 데도 한계가 있고 O튜브를 보면 시간가는줄 모른다는데 나는 그 재미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누워있다보면 어느새 '잡생각'이라는 모기에게 물려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랬더라면...'으로 시작하는 문장 만들기 놀이가 시작된다.


그 모기는 꽤나 고약해서 간지럽다기보다는 따갑기 그지없는데, 꽤 세게 물리면 몇날며칠을 퉁퉁 부어올라 잠 자리에 들 때마다 나를 괴롭히곤 했다.


백수가 겪는 나름의 벌칙인듯 하다.

'규칙'만 있고 '의미'는 없는 긴 하루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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