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리모컨 때문에

공황발작이 대충은 이렇습니다

by 아나스타시아

분명히 자기 전에 리모컨을 머리맡에 두고 잤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너무 추워 에어컨을 끄려는데 리모컨이 보이지 않았다.


첨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침대 이불을 탈탈 털어도, 베개를 뒤집어봐도 리모컨은 나오지 않았다. 몸은 점점 추워지고 리모컨을 찾지 못하는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낮잠을 자기 전 동선을 모두 되짚기 시작했다.

혹시 냉장고에 열어뒀나 싶어 냉장고 야채칸, 과일 칸, 하다 하다 냉동고까지 모두 뒤졌다.


혹시 아까 빨래를 널다가 세탁기 안에 리모컨을 넣었나 싶어 괜한 드럼을 휘휘 돌려보았지만 역시나 리모컨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공포가 밀려왔다. 내가 무언가를 기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게 무서웠고, 이런 희한한 곳들을 뒤지고 있는 게 무서웠다.


그리고 혹시 몰라 다시 한번 침대 매트리스를 옆으로 미는데 뭐가 탁! 하고 걸리는 것이 아닌가?


리모컨이었다.


그때부터 안도감과 이때까지 몰려왔던 공포감에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30분 동안 대성통곡을 했다. 친구는 밤늦게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


"내... 내가.... 리... 모컨... 이 없어서.... 막.... 냉장고도... 뒤지고 그러는데... 미... 미친 사람 같고 막....."


이런 평범한 일이,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공포가 된다.


가끔 편하게들 말한다. 공황장애가 별거냐고. 별게 아닌데 참 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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