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감사의 기도

이런 사랑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아나스타시아

누군가 들으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신입 때는 다 그렇지'라고 추억을 회상할 수도 있다.


나 스스로도 그 기도들을 생각하면 '돈 버는 게 뭐 대수라고'라고(라고 애써 일을 사랑했던 나날들을 후회하면서도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때의 기도를 일부러 조금은 폄하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3년 차부터 시작된 폭언과 폭행, 상사의 갑질, 동료직원들의 따돌림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끄럽지만 진심으로 나의 출근길은 늘 행복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넘쳐 기도로 가득했다.


'세상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이런 일을 만나 사랑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아 시계를 쳐다보며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이 주신 이 하루를 당신이 보기에 그르지 않고, 사도를 걷지 않고 정의롭고 양심적인 일꾼, 당신 보기에 바른 톱니바퀴가 되게 해 주세요.'


참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기 짝이 없는 기도다. 직장에서 한 번쯤 마음을 다쳐본 분들이 보시면 코웃음을 치다 못해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기운으로 박장대소를 할 기도다. 하지만 저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감사하고 진심으로 행복했다.


마치 풋풋한 첫사랑에 빠져 러브레터를 써내려 가듯이 그렇게 일을 사랑했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다지만 다들 헤어진 '첫사랑' 아니면 좋았던 '옛사랑'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유의 '무언가'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꼭 후회만 남는 게 아닌 미묘한 추억과 가슴 찡함이 함께 스치지 않는가?


그렇기에 나름 진로 멘토링을 했던 인턴 현장실습 프로그램 담당자일 때도 취준생인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많이 했었다.


"너희는 노동시장에서 공급 자지 절대 수요자가 아니니, 시간이 걸린다고 조급해말고 좋아하는 일을 만나는 그 순간 시작을 했으면 좋겠어. 좋아하는 일만 하는데도 괴로울 때가 있는데, 마음이 급해서 아무 동아줄이나 잡지 않길 바라."


지금도 저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하는 이 순간도 글 쓰는 즐거움을 느끼며 한 번도 꾼 적이 없는 꿈도 조금은 꿔보기 시작하고 있다.


일과 사랑에 빠지는 건 정말 재밌다. 그와는 밀당도 감정싸움도 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유순한 연애 상대인가?


그런 사랑에 벅차 하며 다시 감사의 기도를 드릴 날이 머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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