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시작된 자발적 초라한 백수생활
5년 6개월. 공공기관. 나만 관두지 않으면 누구도 나한테 먼저 관두라고 하지 않는 곳. 중앙정부.
2년 반 동안 매일 출근을 하면서 '오늘도 이렇게 멋진 하루와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숨막힐듯 꽉차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손잡이를 꽉잡고 웃으며 기도 하던 나.
그런 내가 사랑하던 일 때문에 병을 얻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다음 환승역까지 조금만 더 참자. 아파도 더 참자. 여기서 내려버리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한적한 시골 마을 버스처럼 내 자아가 계속 나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위험회피자인 나에게 의외로 탄성한계점은 이내 찾아왔다.
나는 "펑!"하고 터져버렸고, 공허해졌다.
그렇게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일을 관두고 아무런 대책없이 백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