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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24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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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Aug 20. 2024

24

외계인

44.

엄마의 바람은 놀랍게도 며칠 뒤에 이루어졌다.

그날은 우유 가장 많이 마시기 도전을 했던 날이었다. 물론 3등을 해버렸던 탓에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나는 패잔병처럼 교실로 돌아오던 참이었는데, 마침 도호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채 앉아있었다. 분명 저기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나와는 다르게 특별한 도호에게 시샘이 났다. 분위기를 망칠 못난 마음이었다.

  -이번엔 내 차례야.

  -넌 저번에 해줬잖아.

  -이번 것도 해준다고 했어. 너는 다음에 맡겨.

대화의 내용이 들릴만큼 가까이 왔을 땐, 도호의 표정이 보였다. 개미. 맞아, 그때 개미를 봤을 때 지었던 표정이었다. 도호가 날 보고 소심하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 너 오래.

도호가 자신을 가리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급한 일인가 봐. 빨리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이럴 마음이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아니야.

  -어?

  -애들이 너한테 숙제 맡겨?

  -응, 가끔.

  -너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또 말 안 한다.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말을 해야지. 왜 말을 안 해.

  -엄마가 나는 다른 애들이랑 달라서, 도와주고 양보해야 된다고 했어.

  -바보야, 숙제 대신 해주는 게 도와주는 거냐.

도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나보다 공부를 훨씬 잘했으니까.

  -다음부터는 하기 싫다고 말해.

  -못하겠어.

  -말을 못 하겠으면, 고개라도 저어.

  - ···응

  -너도 힘들구나. 혹시 숙제 맡기는 거 말고 또 괴롭히는 거 있어?

  - ···아니

  -답답해 죽겠네. 그런 거야 안 그런 거야.

도호보다 못났다는 열등감이었을까 되려 불쌍하다는 동정심이었을까. 왜 나는 이때 도호에게 잔뜩 화가 나 있었을까.

  -나는 싸우려고 한 적이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나를 이기려고 해. 그것뿐이야. 괴롭힌 적은 없어.

  -너가 잘 나서 그래. 너 공부 엄청 잘한다며?

  -응, 조금 잘 하긴 해.

  -보통은 아니라고 하지 않니.



안녕하세요. 바람이 많이 부는 밤입니다.

오늘 추천드릴 곡은

Ye-530입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온한 하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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