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수술을 받고 난 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떴다. 회복실이었던 것 같다.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목이 뻐근하고 아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의 아주 작은 부분을 수술했을 뿐인데도 이러한 아픔을 느낀다면 보다 중요하고 큰, 몸의 다른 부위의 수술을 받는 다른 암 환자분들의 고통은 어떠할지,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거라고..나는 다른 암이 아닌, 갑상선암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람은 이토록 나약하여 짧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다양한 수많은 병을 얻고 아파하고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나 서럽게 느껴졌고 가슴이 아파왔다. 사람에겐 역시, ‘건강’이 최고의 복이고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병실로 돌아온 뒤 거울을 보게 되었다. 내 목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나는 목 절개법을 선택했다. 갑상선은 우리 목 앞에 위치해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나비의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데, 나는 갑상선 한쪽만 떼어내는 반절제술을 했다. 처음엔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다행인 것만은 아니였다. 한쪽에만 암이 있다고 해도, 다른 편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존재할 확률이 있다고 한다. 재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갑상선 전체를 떼어내는 전절제술이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담당교수님의 제안대로 반절제술을 진행했다.
내 오른쪽 목에 약 4센티 정도 절개를 했다. 목 부위라 그런지 내 눈에는 상처가 크게 도드라져 보였다.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미용적인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겨드랑이를 통해 수술 부위에 접근하는 내시경이나 로봇 절제술도 있었지만 난 원치 않았다. 갑상선 부위와 거리가 멀기도 했고, 후유증이 심하다는 후기들을 보았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잘못 될까봐 무서웠다. 상처없이 늘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임에도, 나는 목에 버젓이 수술 자국이 남는 방법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내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역시 돈, 수술비가 가장 크게 한 몫했다. 목 절개법은 비용이 300만원으로,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는 수술 방법을 기꺼이 선택했다. 아가씨가 아닌 아줌마이기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아이 엄마이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당시 900~1,000만원 정도하는 로봇수술을 하느니, 그 돈 아껴 아이 교육비나 간식비에 보태는 것이 더 기쁠 것 같았다.
수술 후 불편하고 아픈 몸으로 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집에서 엄마가 빨리 오길 기다리고 있을텐데.. 엄마가 얼마나 보고싶을까?'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사진첩에 저장된 아들의 사진을 시도때도 없이 틈틈이 보았다. 아들과 통화할 수 있을 때면 슬그머니 휴게실로 건너가 휴대폰 화상통화를 통해 얼굴을 보곤 했다. ‘엄마’라는 존재로 아프다는 건 정말 못할 짓이다, 싶었다. 내가 보살펴주고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내 몸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무겁고도 강인한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혼자인 몸일 때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많은 걱정과 스트레스에 치여 내 몸의 건강을 챙기며 살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이제 와서야 새삼 원망스럽기도 하고 후회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