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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즈골드 Oct 29. 2020

제가 ‘갑상선암’이라구요?

 2017년 5월, 워킹맘 시절. 당시 직장에 다니고 있던 나는 직장 내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한 의료기관에 방문했다. 여느 때처럼 여러 가지 검사들을 받고 난 뒤, 막바지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였다.

 

“흠... 목에 혹 있는 거 아시죠?”

“네? 제 목에 혹이 있어요?”

"큰 병원에 가서 검사 한번 받아보세요."


 몰랐다. 그리고 놀랐다. 실은 32년간 살면서 갑상선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갑상선 초음파 검사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으며, 그 검사를 내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해 본 순간이었다. 그전까진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면, 대부분 2가지를 무료로 선택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럴 때면 위내시경과 유방초음파 항목을 선택해 검사를 받아봤을 뿐이였다. 여자들에겐 중요하다는 갑상선 검사를, 살아오는 내내 미쳐 해 볼 생각도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런데 내 인생의 첫 갑상선 검사에서, 내 갑상선에 혹이 있고, 그것도 크고 모양이 이상해서 바로 대학병원에 가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조금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뭐,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문제라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검사는 받아보자.’란 생각으로, 그 뒤로 대학병원에 가 진료를 받고 검사예약을 했다. 갑상선 세침 검사를 진행했고, 며칠 뒤 검사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별일 있겠냐는 생각으로 나 혼자 병원에 방문했다. 그런데 그날, 결혼과 출산 못지않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사건 중 하나가 일어났다. 바로 내가..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 내가.. 갑상선 암..‘암’이라는 것이었다.


 무서움을 채 느끼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멈추지 않고 마구.. 마구 흘러내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당시 담당 선생님께서는 그런 나에게 휴지 몇 장을 뽑아 조용히 건네주셨다. 젊은 나이에 암이라는 사실에 매우 안타까워해 주셨다. 내 눈물이 멈출 때까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셨던 것 같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나에겐 길게만 느껴졌다. 곧 마음을 추스렀다.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인 듯 했다. 믿어야 했다. 달리 방도가 없었다.

 무섭고 두렵고 외로웠던 그 시간. 그 자리에서 혼자 결과를 들은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진료실을 나왔다. 눈앞이 캄캄했다. 내 주변에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에, 그 장소에, 아니, 이 세상에 나 혼자 쓸쓸히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나는.. 한 남자의 아내인데..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인데..


 내 남편과 나의 아들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남편에게 미안했고, 우리 아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아픈 아내이고, 아픈 엄마가 되어 버려서, 너무나 슬프고 미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건, 그토록 바라던 둘째를 계획하고 있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로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둘째 계획을, '올해엔 꼭!!'이라는 다짐으로, 이번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난 뒤로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던 참이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30대 초반, 나는 암 환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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