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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즈골드 Oct 31. 2020

미라클 미드나잇,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

 사랑하는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하면 좋으련만, 너무나 지치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슬프고 우울한 생각이 나의 하루를 집어삼키고, 지배하곤 했다. 몰래 눈물을 훔치는 내게, 첫째 아이가 걱정하며 “엄마, 왜 울어요?”하고 물으면 애써 꼭 붙들고 있던 내 가슴이 무너져 내려 엉엉 울어버리곤 했다. 아이들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울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 우울증이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별일 아닌 일들로 화를 내고있는 내 모습을 보며, ‘이런 게 우울증이구나.’ 싶고, 진지하게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남편에게 말은 못 꺼냈다. 그저 혼자 속앓이를 할 뿐이었다. 정말이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무언가가 내 정신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 자신에게는 물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못 할 행동이었다.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기에도 부족한 날들인데, 이렇게 슬픔에 둘러싸여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만을 위한, 자유로운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속상함과 슬픔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는 피곤하더라도 스트레스를 해소 시키겠다는 명목하에 남편과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 그동안 육아하느라 못 본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VOD 영화를 봤다. 그러고 나면 늘 새벽 3시 경이었다. TV나 영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나의 낙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해하면서도 당연한 듯 매일 열심히 TV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있는 걸까?’란 회의감이 몰려왔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눈도 아픈 것 같고,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연한 듯 키던 TV를 끄고,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재테크 도서였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던 나는 책을 읽는 그 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맞다. 생각났다. 갑상선암에 걸리고 퇴사를 한 뒤, 둘째를 임신하고 입덧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 짧았던 기간. 나는 책을 읽곤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 강연도 찾아다녔다. 성인이 된 뒤, 책 한 권 읽지 않던 나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던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의 저자 김유라 작가님, 그리고 나의 ‘인생 책’이라 칭하는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의 저자 청울림님의 책을 다시 꺼내 읽어나갔다. 내 인생의 멘토라 스스로 칭하며 김유라 작가님과 청울림님을 만나기 위해 첫째 아이를 맡기고 만삭의 몸으로 강연장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둘째 아이를 품은 만삭의 몸으로, 2018년 12월 김유라 작가님과 2019년 3월 청울림님과의 첫 만남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찾아가 강의를 듣고는 했다. 나에겐 멘토와도 같은 두 분을 만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그 순간이, 평생 잊지못할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책과 배움을 통해 느꼈던 행복감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래, 우울증의 돌파구는 책이야! 나를 위해 책을 읽자!’


 그때 즈음이었다. 새벽에도 틈틈이 깨어 울던 둘째가 어느 순간부터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잘 자기 시작했다. 커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둘째가 돌이 지나자 육아가 한결 수월해졌고, 나에게도 상쾌한 자유의 바람이 살랑살랑, 조금씩,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 나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확고히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읽고 싶은 책이 많은데 육아하느라 읽을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기도 했다. 배우고 싶은 공부가 있는데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벽시간'이라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잠든 밤 12시경. 본격적인 나만을 위한 시간이 펼쳐진다. 오전 12시를 향한 시계를 바라보면, 나는 마치 초저녁을 맞이하는 듯한 즐거운 기분이 느껴진다.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시작할 생각에 두근두근 설레어 온다. 온전한 나만의 자유시간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얼음을 동동 띄워 달달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타 놓는다. 그리곤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펼쳐 읽어나간다. 그 순간, 내 눈은 하루 중 가장 초롱초롱 빛난다. 미라클 미드나잇. 나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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