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가 되고 보니, 두 아이 육아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가 버리곤 한다. 직장에 다닐 땐, 그토록 가지 않고 멈춰 있는 듯 흐르지 않던 시간이, 전업주부가 되고 보니 딱히 한 일도 없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둘째 분유를 먹이고 첫째 아이 아침을 차려주고, 둘째 낮잠을 재우고 나면 곧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첫째 아이 점심 차려주고 낮잠 자고 일어난 둘째 아이 분유를 먹이고 간식도 먹이고, 나는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나면, 얼마 뒤 또다시 저녁 시간이 돌아온다. 중간 중간, 빨래도 하고 젖병도 씻고, 아이들 저녁 먹이고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과의 저녁 식사를 차리고 설거지와 정리까지 하고 나면 하루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정말 엄마들이 말하는 그대로, ‘뒤돌아서면 밥 차릴 시간’인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학교에 가 있어야 할 첫째 아이가 매일 등교를 하지 못하고 집에서 학습까지 해야 했기에, 둘째가 낮잠 자는 그 귀한, 짧은 시간조차도 나만의 시간이 되지 못했다. 나는 하루하루가 힘들게 느껴졌다. 나는 쉴 틈없이 움직이며 이렇게 힘든데, 첫째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고, 도와주지 않을 때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고,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별 것 아닌 일로도 매일같이 가시돋힌 말들을 내뱉으며 화를 내고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인 것 마냥, 착각 속에 빠져 온갖 투정과 화를 내 버리곤 했다. 나에게 또다시, 육아 우울증이 찾아 온 것 같았다.
둘째 아이가 돌이 지나기 전까진, 예상은 했지만 많이 힘들었다. 모든 것이 서툴고 처음이였던 ‘생’초보엄마 시절인 첫째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제는 하나가 아닌 둘을 케어해야 했다. 두 아이가 나이 차이가 많이나니, 먹는 것도 각각 개별적으로 챙겨줘야 했고,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이지만 첫째 아이가 아침 일찍 등교할 때나 학원에 갈 때, 놀이터에서 놀 때 등 신경써야 할 부분들에 체력적으로 많은 피로감을 느꼈다. 두 아이를 동시에 같은 방법으로 챙겨줄 수 없음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육아하는 엄마들을 보면, 이르면 오후 8시에 육퇴를 한다고 한다. 오후 8시, 초저녁에 아이들이 자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후 8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자유시간을 갖는다해도 4시간.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일찍 자지 않았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일찍 재우고 싶은데, 오후 9시 경에 불도 끄며 노력도 해 보았지만, 아이들 샤워까지 시키고 할 일들을 마무리 짓고 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었고, 우리 부부가 워낙 늦게 자는 편이라 그런지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예전부터 첫째 아이는, 불을 끄고 재우려고 하면 꼭 그때, 책을 읽겠다며 여러 권의 책을 꺼내 펼쳐놓고 읽고는 했다. 책을 읽겠다는 아이를 불을 끄고 강제로 눕혀 재우는건 아닌거 같아서, 그건 나 역시 원치 않았기에, 냅두다 보니 아이 또한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아이의 잠자리 시간을 앞으로 당기기 위해 책 읽는 시간을 당겨 정해주어도,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가족 모두 밤 10시가 넘어서야, 늦으면 11시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육아가 시작되어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보내고, 저녁시간 마저 늦게 자는 아이들로 나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지쳐감을 느꼈다.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하루는 남편에게 나도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일을 구해 시작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아니, 화를 냈다. 그것도 눈물을 흘리며. 육아가 힘들다는 나의 발버둥 이였던 것 같다. 힘든 출,퇴근길을 감수하고 힘든 일들을 해내야하는 남편이었지만, 나보다는 자유로워 보였다.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나는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이기도 했었기에, 직장인의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독박육아 말고 나의 일을 하며,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이고 싶었다. 그렇게나 간절히 원했던, ‘출근 안하는 삶’, ‘아침 일찍 일어나 지옥철을 타지 않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다시, 일하고 싶다는 갈망이 너무나 커졌다. 내 존재, 내 삶에 대해 ‘나를 잃어가는 느낌,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삶’, 나를 잃어가고 엄마로만 살고 있는듯한 지금 이 현실이, 너무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그 탈출구로 또다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나는 지금 당장 일을 시작 할 수 없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 첫째 아이는 코로나로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할 뿐이고, 혹 매일 등교를 하더라도 점심식사 후 낮에 일찍 하교하기 때문에 돌보아 줄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둘째 아이는 자리가 없어 어린이집에 다니지도 못하고 있다. 또 나는 아직, 갑상선암 완치판정을 받지 않은 중증환자이다. 새로운 직장에 취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딘가에 가고 싶어도 맘 편히 갈 수 없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맘 편히 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을 기준으로 자유롭게 지낼 수 없는 ‘엄마’라는 삶 안에서, 또다시 내 안에 슬픔과 화가 쌓이기 시작했고,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 얄미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