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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질현 Nov 22. 2020

영국 일기. 매일 아침에 나는 울고 있다.


오늘로써 일주일 째다. 매일 오전 시간에 어김없이 울어버린다. 그렇다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피 마시다 말고 울어버린다는 건 아니다. 비교적 활기 넘쳐야 할 오전 시간에 우울해진다는 기분은 낯설다. 저녁시간도 아니고.


오늘은 오후까지 애꿎은 눈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그 날이 오기 전 호르몬의 변화라기에는 조금 심하다 싶었다. 감정 기복이야 어떻게든 잘 다스릴 수 있겠는데 별 것도 아닌 이유로 눈물이 그치지 않을 때는 스스로가 딱하게 느껴진다. 어쩌다 눈물 많은 아이로 태어나서 머나먼 영국 땅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지, 모든 게 편하고 편리하고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 가고 싶다, 라는 마음이 나를 쿡쿡 쑤셔댄다.


앞으로 한 주 더 지켜보려 한다. 그 한 주 동안 반짝이는 일상의 사소한 아름다움들 다 부질없게 느껴질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눈물만 흐른다면 상담을 받아볼 곳을 찾아봐야겠지. 락다운은 생각보단 쉬운 것 같았는데 경제활동을 못한다는 것과 무기력해진다는 것이 꽤나 나를 좀먹고 있구나를 다시금 느낀다. 엄마에게 전활 걸어 힘들다고 칭얼대고 싶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울어버릴 걸 알기에 전화하지 않는다. 괜찮을 때, 씩씩할 때에만 전화를 하게 된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리워져서.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존재들이 보고파져서.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 거린다. 분명 나의 하루에는 반짝이고 즐거웠던 조각들이 있었지만 무기력과 우울감이 내게 드리울 때에 나는 반짝이는 글을 쓸 줄 모르게 되어버린다. 깊은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는 내가 나를 더 따뜻하게 대해준다면 좋겠다. 무의미에 대해 공상하지 않고 그저 순간들에게 충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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