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Jun 26. 2024

My Favorite 콘텐츠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면서 세상은 좀 더 복잡 다양 해진 것 같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세계가 되었지만, 사람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전보다 더욱 커지면서 개인의 일이 나라의 문제가 되거나 글로벌한 사태로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누리는 혜택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콘텐츠를 향유'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웹툰, OTT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된 건 삶 속에 즐거움을 더욱 많이 가져오게 하는 장치임에 틀림없으니까.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것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관련하여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하는 것이 이번 학기에 내가 배운 것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수업에 대해 오늘 말하고 싶다. 그건 바로 '디지털 콘텐츠 향유, 어디까지 해봤니?'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한 교수님의 특강이다.


솔직히 말해 '콘텐츠를 누리는 사람'이 한국에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컴퓨터가 대세일 땐 컴퓨터 게임 중독, 모바일이 보급되고 나자 모바일 게임 과의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적당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누리는 것이고, 향유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찾긴 힘들다.


그런데 특강에 오신 교수님은 그렇지 않았다. 20년째 블로그를 운영해 오고 계시고, '폐인'으로 유명했던 한 드라마의 팬으로서 다양한 2차 저작물을 제작하시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나눠주시는 모습에 너무나 황당했다. 게다가 블로거들을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현재 서울의 모 대학의 교수님으로 활동하고 계신단다.


20대 초반의 나는 방황하는 영혼이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고,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나는 자주 서울에 올라갔다. 폭풍저그로 유명한 프로게이머의 동호회 회원이었기 때문. 삼성역 코엑스 지하에 회원들이 함께 모여 게임을 직관하고 신촌역으로 이동해 모임도 가지면서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부모님은 싫어하셔서 오래 하진 못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동호회, 모임 등에 참여했지만 찐하게 뭔가 재밌게 오래 해본 경험은 없다. 그런 내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교수님이 희한하게 보였다. 존경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는 말이다. 왜 그 교수님과 나는 이렇게 다를 걸까?


의문을 가지고 계속 듣다 보니 교수님의 가정 분위기가 덕질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허용적이었고 자녀들이 스스로 알아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신 가풍 덕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교수님과 내가 비슷한 또래였고 당시 꽤나 핫한 콘텐츠를 선택하여 즐겼음에도 스스로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이렇게도 달라지는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나서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 답은 그 안에 없었다. 왜냐하면 my favorite 콘텐츠는 바로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동강도 없던 90년대, 사람의 목소리와 교과서, 칠판을 활용한 선생님의 수업은 그야말로 복합텍스트양식이었다. 게다가 수업에 참여하는 '나'라는 객체이자 주체까지 어우러지면 지금 세상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로 복합적이며 또한 쌍방향이었던 콘텐츠가 되는 거였다.


나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면서 혼자 큭큭 웃었다. 그러다 '그 좋아하는 수업을 지금 들을 수 있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좀 더 좋아해 봐야지 결심도 해봤다.


과거란 오늘의 내가 해석하기 나름이라던 어느 책의 구절이 생각난다. 이미 흘러간 건 실제로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나는 달라지기도 하니까.


젊은 시절 열심히 콘텐츠를 향유했던 시절을

이제 더 이상 실눈 뜨고 보지 않겠다.

나는 즐거웠고

콘텐츠를 향유할 줄 아는 젊은이였으니 만족!


지금 와 깨달은 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가 수업이라는 것.

이제부턴

나와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로 결정!

이전 08화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