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오늘 하루

추억의 알베르게

예쁜 동네 Najera.

   나바레떼로 향하는 길은 멋진 산책로였다. 6년 전 기억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로그로뇨를 빠져나가기 전 호숫가 근처에 벤치가 있었다.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를 불러보려고 멈추었다. 우리 일행만 아니라, 캐나다인 데이비드도 같이 듣고 가셨다.

   전에 머물렀던 나바레떼 알베르게 앞을 지나는데, 장 프랑코가 무릎이 아프다며 앉아 있었다. 동행하는 여자분이 얼음을 구해 왔다. 로베르토도 나타났다. 이들은 이곳에서 머물 것이라고 했다.

  헤어질 즈음 로베르토는 자신이 피지컬 테라피스트라고 했다. 그러면서, 알베르게에 가면 얼음을 구해서 무릎에 대고 있되 5분 이상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알았다고 했지만, 나는 ‘어디서 얼음을 구해’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마사지해 주면 좋겠다’ 는 생각까지 했다.

   오늘은 전에 지나쳤던 예쁜 동네 나헤라에 왔다. 여기저기 노천카페에 사람들이 저마다 느릿하게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는데 일행들이 티에리를 못 봤냐고 물었다. 그가 나를 기다린다고 동네 어귀에 나갔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돌아온 티에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고 그를 우리 식사에 초대했다.

   알베르게 공연을 열었다. 식사를 마친 순례자들 몇몇이 마당에 둘러앉아 함께 즐겼다. 감사했다. When you walk이라는 노래 가사를 만났다. 제레미라는 미국인 친구에게 감수를 부탁해서 가사를 정리했다.

   알베르게는 사람을 선물한다.

그리웠던 Azofra.

  오늘은 아소프라까지만. 깨끗한 풀장이 있는 아소프라. 오늘은 어떤 추억을 만들게 될까.

  모두들 지쳐있었다. 나야 뭐 하루를 걷지 않고 택시를 이용했었기에 그나마 컨디션이 괜찮았지만, 모두들 지친 하루였다. 그래서 오늘은 아소프라까지만 걷기로 했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동네를 배회하고 놀고 노래하고 빨래하고 한량이 따로 없었다. 장 프랑코와 로베르토와 린다와 실비아도 왔다. 일본인 여자분들도 왔고, 카힐 일행과 심선생님도 오셨다.

   우리는 오늘 수제비와 채소전을 만들었고, 로베르토는 맛난 파스타를 요리했다. 우리는 서로 음식을 나누었다.

   내 노래 공연이 끝난 후, 장 프랑코의 반주에 맞추어 옛 팝송을 함께 불렀다. 다희는 모두에게 한글로 이름을 예쁘게 써서 선물해 주었다. 즐겁고 유쾌한 밤이었다.

   아버지에 관한 노래를 설명해주고 불렀을 때, 모두들 감동에 젖었다. 우리는 즐거웠고, 행복했고, 한껏 여유를 부렸고, 풍성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