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오늘 하루

추억의 알베르게

Ages.

  벨로라도를 지날 때 러셀을 만났다. 며칠 만이었다. 부르고스에서 버스를 타면 시리아까지 여자 친구와 보낼 것이라고 하셨었다. 내게 베푼 나눔에 감사하며 그의 걸음을 축복했다.

  오르테가를 지나쳤다. 6년 전 이 길은 참 많이 힘들었었다. 친구들과 헤어짐으로 가슴 아파서 울며 울며 걸었던 길이다.

   아헤스에 도착했을 때, 한 무리의 여인들이 나를 알아보고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알았는가 했더니, 카힐이 오늘 본국으로 가면서 인사를 남겼다고 내 노래를 꼭 들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카힐과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고, 아무 연락처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찾지….그의 삶을 축복한다.

   오후 내내 신나게 노래 부르며 놀았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의  놀이터다.

Burugos.

   부르고스로 향하는 길은 두 가지 길이었다. 전에 걸었던 길은 주변에 공장들이 늘어서 있었고, 차도의 바로 옆에서 걸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선택한 길은 공원을 따라 만들어진 길 쪽을 택할 수 있었다. 로베르토와 장 프랑코, 린다가 알려주었다.

   길은 참 걷기에 좋았지만, 이상하게 힘든 날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했다. 영준 도움 없이, 내가 스스로 잘 도착해서 기다렸다가 체크인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로베르토와 시모네와 우리 한국인 일행과 식사를 함께 하였다. 시모네가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했다. 우린 기꺼이 맛있게 먹었다. 서로에게 뭔가 자꾸 해주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 맥주를 사주고 싶고, 밥을 사 주고 싶어하고…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알베르게는, 걷는 일상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