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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정 Jul 18. 2022

부엔 까미노 오늘 하루

함께

Vercianos 1

   심영애 선생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걸었다. 선생님은 내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 주셨다. 함께 걸어 주시니 너무 늦지 않고 또 그리 힘들지도 않아 감사했다. 적절히 혼자 걷기도 하고 같이 걷기도 하고 같이 쉬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님과 숙소는 다른 곳에 머물게 되었다. 그것으로도 족했다.

   결국 오늘도 숙소가 있는 동네에 늦게 도착했다. 장 프랑코와 린다가 나를 걱정해서 내 크리덴시알을 가지고 이동했다. 두 사람은 나를 인도하는 메모를 동네 입구에 남겨 놓고 알베르게로 이동해 있었다.  

   하은이와 연락을 취했다. 완주증을 포기하기로 했으며, 내일 여기로 도착할 수 있다면, 내가 하루 더 머물고 싶다고 같이 걷고 싶다고 말했다. 로베르토는 다시 울 준비가 되었으니, 나에게 걸음을 멈추라고 했다. 그런 말에 내 마음은 더욱 따스해졌다. 기분도 좋았다. 내일이면 다시 만날 수 있다.

   저녁 식사 후, 장 프랑코와 린다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정치 얘기까지 나왔다. 교육, 정치 이야기. 이 길에 각 나라의 리더들이 걸으러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나누었다.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소박하게 서로를 안고 이해하고 보듬고 걷고 있는지 보고 느끼고 배우면 좋겠다.

   나의 자유로운 종교관에, 나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에, 내 나라 대통령에 대한 불만에 그들은 동의했다. 그들은 지금 유럽의 경제 안에서 그들의 리더의 리더십에 대해 말했고, 나와 삼무곡의 교육관에 크게 동의했다. 이미 영준을 본 터라 더욱 그러했다.

   아름다운 밤이다. 이 많은 얘기들을 우리가 어찌 서로 다 이해하였을까 싶다. 그러나 짧은 영어로도 우리는 충분히 마음을 다해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심지어 세월호 이야기도 했는데, 이탈리아에서도 이민자의 배가 그런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이런 놀랍지 않은가. 세계는 일정 정도의 의식 수준이 되면,  비슷한 지도자에 비슷한 국민이 서로 만나 비슷한 상황의 과정을 겪으며 진화의 과정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일이면 우린 다시 헤어진다. 이들은 뒤에 오는 이들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걷고 싶다고 했다.




Vercianos 2 베르시아노스에서 또 머물다.

   멈추었다. 걷지 않는 날이다. 새벽길을 나서는 장 프랑코와 린다를 배웅하고 마을 어귀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다. 지나던 순례자들이 곁에 앉아 잠시 즐기고 듣고 좋아하며 갔다. 그중에 Jossi도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 한 번도 들려드리지 못한 내 노래를 들려 드렸다. 조시가 내 노래를 녹화하는 도중 드디어 로베르토와 하은과 실비아가 도착했다.

   아. 정말 어찌나 반갑고 행복했던지...그 많은 사람들 중에 친구들이 보이지 않아서 바(Bar)에도 들렀다가, 멀리 오는 이들의 옷 색깔을 보면서 기다렸다.

   마침내 나타난 그들. 며칠 만에 다시 만난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서 정말 큰 소리로 기쁨을 표현했다. 새로운 곡이 찾아왔다. 선율이 거의 완성되었다. 새로운 친구도 찾아왔다. 수연 씨, 사토미.

   베르시아노스 알베르게에 등록을 한 후 쉬면서 곡을 완성했고,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심영애 선생님은 오늘 한 마을을 더 걸어가셨고, 내일 아침 만나기로 했다.

   헤어지고 더 걷고, 하루를 머무르고.

   난 오늘 이들에게 마치 연애하듯 고백했다. 나머지 일주일, 내 까미노 시간 전부를 던져 사랑할 것이다.                 

   매일매일.




Mansilla. 만시야 만찬.

   활기찬 목소리가 우렁차기까지 한 오스피탈레라가 있는 만시야. 드디어 도착했다. 심선생님과 중간에 만나 천천히 노래를 부르며 놀면서 도착했다. 오늘은 우리 한국 나그네들이 불고기를 만들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로베르토를 앞세워 시장을 보는데, 이보다 훌륭한 통역사가 또 있을까 싶었다. 덕분에 품질이 좋은 고기를 살 수 있었다. 브라질 사람 호세 아저씨와 웨일즈 사람 인디까지 함께였다.

  품이 넓은 사람들 같았다. 인디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며 내일 만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도대체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우리 일행과 비슷한 속도로 걷는다면 벌써 인사도 했을 텐데, 모르겠다. 그런데 자꾸 한 사람이 떠오르기는 한다. 캄포에서 러셀과 앉아 쉬었을 때 지나쳤던 청년.

  저녁 식사 후, 오스피탈레라가 모두를 불러 모아서 연주와 노래 시간을 열어 주었다. 한국 대표로 김성묵 씨가 먼저 노래를 부르고 웨일즈에서 오신 인디가 노래를 불렀고, 심선생님께서도 멋지게 노래를 부르셨다. 재미있는 주인장 덕에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인디가 사 주신 아이스를 하나씩 들고 마을의 광장에도 나가 보았다. 여유 여유. 여행은 역시 여유다. 행복이다.

  6 전에는 폴란드 친구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했었던 숙소에서, 이번엔 내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작은 꿈 하나 또 이루었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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