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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경 Oct 27. 2020

생각이 다르다고 마음까지 다치는 이유는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3화

친한 친구가 세 명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친구만 자전거를 타러 갔습니다. 남은 한 명인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두 친구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희 둘이 놀러 갔어?” 

“응.”


전화를 받은 친구는 순순히 그렇다고 합니다. 어쩐지 기분이 나쁩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왜 너희들만 갔어? 나는 왜 안 불렀어?”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딱히 이유가 없다는 말에 나는 전화를 끊습니다. 그날 너를 부른다는 것을 깜빡했다거나 우리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었다거나 하는 분명한 이유를 들었다면 나을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기분입니다. 이런 일에 섭섭하다는 티를 내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자니 나만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이런 일을 숱하게 마주합니다.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회사나 동호회에서도 이런 미묘한 상황을 겪습니다. 이런 일의 핵심은 내가 부정적으로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단계 친구가 어떤 행동을 했다

     2단계 나는 섭섭했다     


일상에서 이 두 단계는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찰싹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분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1단계를 겪었다고 해도 2단계로 가지 않는 거죠. 친구가 어떤 행동을 했는데 내가 상처받지 않고, 그로 인해 화가 나지 않았다면 그 일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단계를 나누어 설명한 이유는 이 문제의 핵심이 친구의 잘못된 행동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부정적으로 느꼈다는 데 있다는 점을 확연하게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 부정적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쉽습니다. 이를테면 ‘섭섭하다’는 기분 뒤에는 이런 생각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만 빼놓고 둘이서 자전거를 타러 갔다 → 친구들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평소에도 나만 겉돌았던 것 같다) → 내가 별로인 사람인가 보다(나는 항상 친구 관계가 안 좋다) →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다니 섭섭하다     


행동과 감정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원래 갖고 있던 욕구가 무엇이었는지, 내가 느낀 기분의 정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내가 지금 이 친구들과 놀고 싶구나.’ 이런 욕구를 잘 파악하고 솔직하게 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나도 너희랑 같이 자전거 타고 싶었어. 다음에는 같이 가자고 해줘.”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상황과 감정을 빠르게 분리하는 연습을 해보십시오. 그러면 일단 즉각적으로 끓어오르던 감정의 폭이 낮아집니다. 화가 나도 될 만큼만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그 감정 아래에 숨은 욕구 앞에 솔직해지십시오.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대신 나의 욕구를 해소할 방법을 찾는 데 에너지를 쓰십시오. 이 친구들과 자전거는 못 탔지만 다른 친구와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알고 보니 두 친구가 나를 진짜 따돌리려고 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상처를 입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내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자기비하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닌 작은 일을 곱씹으면서 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보통은 더 좋은 상황으로 나아갑니다. 상대방이 나의 세계관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저 친구는 친구들에게 똑같이 행동하기를 원하는구나’ 이러면서 서로의 행동에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감정 능력을 가지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다룸으로써, 나의 행동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행동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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