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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경 Oct 27. 2020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일까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2화

    “저는 이상하게 화가 날 때가 있어요. 누군가에게 특혜를 준다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요. 요새 일이 별로 없는데 상사가 유독 자기가 예뻐하는 B에게만 일을 줘요. 그럴 때는 화가 치밀어요. B가 상사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어온 사람이라서 그렇게 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화를 감추기가 어려워요. 얼마 전에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전 직원에게 주는 상여금이 안 나왔어요. 다른 사람들은 월급이 줄었다고 힘들어하지만, 저는 이렇게 전부 다 같이 겪는 일은 하나도 안 힘들어요.”     


여러분도 이분 같은 상황을 겪을 때가 있지 않나요. 다른 일에는 대범하면서, 유난히 주체할 수 없는 ‘나만의 일’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B에게 일을 주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도, 한번 이런 감정이 생겨나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문제가 또 다른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같은 일 앞에서 나만큼 화내지 않는 이들에게 섭섭해지는 것입니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까지 섭섭한 마음이 드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일까요?’ 그 이유는 나의 감정은 정체성과 관련이 있고, 나의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가치관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것이라서 쉽게 바뀌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사례로 든 분은 형평성과 같은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불공평한 일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울분이 터지고, 과거에 겪었던 일과 관련된 감정까지 올라와서 감정의 농도가 진해집니다. 이분에 비해 형평성이라는 가치관을 덜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우리가 얼마나 감정의 지배를 받는지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생각의 다름보다 내가 평소에 상대방에게 품고 있었던 감정이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내가 기본적으로 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도, 평소에 그 사람을 싫어했다면 ‘저런 문제를 일으키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사람 사이의 갈등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사실은 감정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즉, 감정이 먼저이고 생각이 나중입니다. 극심한 분노에 휩싸이면 상대가 나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는 증거만 찾습니다. 슬픔에 가득 차 있을 때는,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근거만 계속 떠오릅니다.     


때문에 감정을 잘 다루는 능력은 곧 ‘나를 다루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는 감정의 문제를 ‘부정적인 느낌으로부터 벗어나기’ 차원에서만 이해한 측면이 큽니다. 그러나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 얽매이게 된다는 것을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감정은 곧 개인의 정체성, 가치관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은 곧, ‘내가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잘 되지 않겠지요.      


때문에 감정 능력을 가지려면 능동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합니다.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야 합니다. 모욕감을 느꼈다면 그 감정을 계속 곱씹으면서 불쾌한 감정을 점점 키우는 게 아니라, 그 모욕감이 준 힌트를 바탕으로 나를 더 성장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성장을 하고 싶다면, 감정을 나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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