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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경 Oct 27. 2020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채고 싶다면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4화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요. 그런데 마트에 가면 거기에서 일하시는 나이 든 분들에게 제가 갑질을 해요. 그분들이 하는 행동이 다 마음에 안 들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으면 폭발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권위적이었어요. 미술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판검사나 의사가 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전 제가 뭘 원해봐야 이룰 수 없다는 걸 일찍 깨달았어요. 그러다 보니 친구가 저의 사소한 부탁을 거절하면 심한 배신감, 슬픔을 느껴요. 이렇게까지 섭섭하게 여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절당하면 그 충격이 커요.”     


1차 정서와 2차 정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속에 품고 있는 감정이 1차 정서이고, 겉으로 드러내는 정서가 2차 정서입니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우리가 관계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오해는 1차 정서와 2차 정서가 복잡하게 휘몰아치는 가운데 생깁니다. 특히 내가 인정받고 싶은 사람,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 일어납니다.     


팀장이 내 옆의 친구를 칭찬합니다. 과거에 동생만 예뻐했던 부모님에게 ‘왜 나는 예뻐하지 않느냐’고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내가 일도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하는데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식 자리에서 왜 팀원들을 편애하느냐고 따지지도 못하고 괜히 화만 내고 있습니다. 팀장으로서는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건강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적응적인 1차 정서를 현실에서 잘 표출하고 삽니다. 억압되고 풀지 못한 1차 정서와 그로 인한 2차 정서를 체험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상한 건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실제로 감정 능력이 탄탄한 사람들에게는 1차, 2차 정서를 나누는 것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1차 감정과 2차 감정처럼 사람의 감정 안에 또 다른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인간관계도 더 좋아집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속감정과 겉감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므로 사람을 대할 때 여유가 생깁니다. ‘지금 저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일 때문에 불안한 거야.’ 이렇게 이해하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높아지지요.      


      아내: 왜 항상 양말을 뒤집어 놔?

     남편: 고작 양말 가지고 뭐라 그래?

     아내: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는 엄청 친절한 사람이 왜 집에서는 이 모양이야?

     남편: 내가 뭘 친절했다고 그래? 그럼 그 자리에서 인상 쓰고 앉아 있을까?     


뒤집어진 양말과 모임에서의 태도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내의 속마음(1차 정서)이 따로 있는 것이지요. 평소에 애정의 욕구가 만족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이 있는 겁니다.     


      아내: 왜 항상 양말을 뒤집어 놔?

     남편: 앗, 바로 해놓을게.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아내: 밖에서는 친절한 사람이 집에서는 사소한 것도 못 하나 싶어서.

     남편: 당신 뭔가 섭섭했던 거야?

     아내: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느라고 나는 신경도 안 썼잖아.

     남편: 아, 내가 그랬구나. 미안해. 당신하고 이야기하는 게 더 재밌지.     


두 가지 중에서 나는 어떤 대화법을 구사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사람의 속마음을 살펴보려는 후자의 대화법이 습관이 되면, 인생의 많은 부분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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