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사랑했을까?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 우리는 정말, 사랑했을까?
“태림!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오는 길에 샤갈이 그린 <LES AMANTS (EN BLEU)-연인의 꿈>, (1962) 그림을 봤는데, 마침 에릭 사티의 왈츠 Je te veux(난 널 원해)가 흘러나오는 거야~ 평생 한 여자만 사랑했던 예술가들은 뭔가 공감대가 있을까? 샤갈의 그림에 에릭 사티의 음악을 들으니 내가 마치 벨라 로젠펠트나 수잔 발라동이 된 기분이더라고~” 몽마르트르에서 한국인 신혼부부의 웨딩 사진 촬영을 막 마친 태림을 만나자마자, 죠슈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러자 태림이 “우리는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꿈꾸기 때문에, 방금 저 신혼부부처럼 에릭 사티가 살았던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게 아닐까?” 이에, 죠슈아와 태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큰소리로 깔깔깔 웃었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서둘러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으로 향한다.
마르스 광장에 도착한 죠슈아와 태림을 향해 손을 흔드는 제인의 표정과 몸짓은, 마치 샤갈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벨라 로젠펠트 같았다. 제인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뒤에 보이는 에펠탑과 함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샤갈의 그림에서는 그 시대 예술가들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던 에펠탑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어느새 죠슈아는 오후에 몽마르트르의 한 상점에서 보았던 샤갈이 그린 <LES AMANTS(EBLUE)-연인의 꿈>, (1962) 작품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죠슈아는 벨라가 되어 샤갈의 품에 포근히 안겨 눈을 감아본다.
“샤갈은 평생에 걸쳐 나만을 사랑했고 이 충만한 감정을 다채로운 색상과 빛, 상징, 은유를 통해 초현실적으로 표현했지! (“난 그냥 창문을 열어 두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와 사랑과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그녀가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 위를 날아다녔다.”-샤갈) 물론, 샤갈의 모든 작업은 내 동의가 있어야 끝났단다. 난 그보다 먼저 죽었지만, 내 모습을 죽는 순간까지 기억하고 그려준 것에 대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특히 <LES AMANTS(EN BLUE)-연인의 꿈>, (1962)에서는 그와 나의 영원한 사랑의 모습이 예전보다 더 성스럽고 엄숙하면서 서정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아마도 그가 성서 이야기 시리즈 작업(샤갈에게 있어 1962년의 시기는, 자신의 삶을 이끌어준 영혼의 고향인 러시아의 비테프스크를 예술세계에 담아내고자 자신의 정체성과 영감의 원천이었던 성경 이야기를 담아낸 ‘성서 이야기’ 시리즈 작업에 한창일 때이다.)에 매진하고 있을 시기의 작업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
“죠슈아? 오늘은 제인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야! 누가 보면 죠슈아가 결혼하는 줄 알겠어!” 태림이 부르는 소리에 죠슈아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제인! 지금 이 순간만큼은 벨라도 부럽지 않아 보여요. 역시 제인은 내 기대를 저버리게 하지 않는군요! “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죠슈아는 얼마 전 헤어진 에드워드와의 시간을 되짚어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중 예술과 사랑에 대한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연인과 예술가는 똑같은 인간의 약점에 부딪힌다. 쉽게 지루해지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일단 알고 나면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선언하는 보편적 경향이 그것이다. 따분해져 버린 것에 우리의 열정을 되살리는 능력은 위대한 예술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중략) 예술은 사랑의 교훈을 담은 이미지를 창조하고 우리의 마음 앞에 붙들어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고 서적 조원재,《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쉬 / 문하연,《다락방 미술관》, 평단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