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2) 대표의 모든 것
스타트업은 대표의 유니버스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대개 창업자다. 스타트업은 그가 창조한 세계다. 그는 단순한 CEO가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만들고 회사를 상징한다. 극단적으로 회사가 대표이고 대표가 회사다. 그만큼 대표가 중요하다.
스타트업에 가면 대표가 나와 같은 인간이란 점에 새삼 놀라게 된다. 대기업 직원은 대표의 실물을 마주하기 힘들다. 로비에서 고인이 된 창업자의 동상과 마주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신화 속 주인공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좁은 오피스에서 나와 같은 크기의 데스크에 앉아 웃고 화내고 자주 당황하며 가끔 미팅에서 맥락과 무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 대는 스타트업 대표를 매일 가까이에서 보면 곧 대표도 (당연하지만)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B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를 팀으로, 직원을 팀원으로 불렀다. 팀원이 되면 팀 리더인 그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팀원이 되기 전에 리더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비범하고 따를 만한 리더를 고르기 위해선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가 생각하는 회사의 비전, 이력, 조직에 대한 가치관, 학력, 나이, 성격, MBTI, 취미 등 가능한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잡플래닛, 링크드인, 블라인드에서 전 현 직원 리뷰를 읽고 지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표의 평판도 확인한다.
명확한 비전 제시
비전은 회사의 장기적인 방향이자 탄생의 이유다.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대표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자발적인 이해와 공감이 선행되어야 그를 리더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비전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면접 때 당당하게 물어본다. 이때 대표가 명확하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그의 말이 설득력 있는지 판단해 보자.
어떤 일을 해왔는가
창업자의 이력 또한 중요하다. IT, 의료, 바이오 등 기술 분야는 해당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원, 전문가 출신이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VC(벤처캐피탈) 심사역이 기업 투자 경험으로, 주부가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하는 경우도 있고 졸업하자마자 혹은 재학 중 창업하는 학생출신 대표도 있다. 대표의 창업 전 이력과 성공, 실패 사례는 대표의 경험치와 실행력, 위기대응능력을 예상하기 좋은 근거다. 직장인 출신 대표는 전문성, 안정적인 운영, 프로세스 정립 능력이 뛰어난 반면 절차와 보고 문화에 얽매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학생 출신은 창의력과 빠른 실행력이 강점이지만 경험 부족으로 운영이 미숙할 수 있다. 각자 선호하는 대표의 이력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직장인 출신과 일할 때 편했다. 그는 보고서에 익숙해 재무 언어를 잘 이해했고 설명하지 않아도 재무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재무가 다른 업무에 비해 가장 비혁신적이고 고정적인 특성이 있어 직장인 대표가 편했을 수도 있었으므로 어떤 대표와 궁합이 맞을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대표와의 인터뷰
면접은 대표를 가까이에서 종합 판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자리에 다른 면접관도 함께 있다면 더 좋다. 앞으로 관계를 쌓을 수도 있는 타인(면접자)과 비교적 친밀한 관계인 직원(면접관)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그의 사람에 대한 태도와 리더십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자금 상황과 투자단계, 예상 리스크 같은 민감한 질문도 슬쩍 던져본다. 솔직한 답변을 한다면 괜찮지만 회피하거나 뭉뚱그려 답하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
혹시 대표에게 여러 질문을 하면 되바라져 보일까 지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A, B 대표는 내게 질문을 하기 앞서 친절히 회사 소개와 본인 소개를 했다. 대표들도 회사와 그에 대한 정보가 많이 드러나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과 끝이 다른 사람이 있다. 짧은 면접시간 동안 파악하기 힘든 정보가 있다. 함께 일하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는 면이 있다. 때문에 나중에라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말자. 알아볼 거 알아보고 따질 거 따진 최선을 다한 결정이었다.